오늘도 저녁을 먹고 어김없이 조용히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와 달렸다.
하루의 끝이 되기 직전 저녁 무렵 나의 에너지 레벨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느낀다.
아이들도 남편도 다 모여있는 저녁시간,
언제부턴가 숨이 찼다. 숨이 턱 막혔다.
딱 이 시간쯤 아이들에게 짜증을 많이 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해의 버킷리스트 완성을 위해 11월 마라톤 참가신청서를 내고
한 번도 달려본 적 없던 나는 저녁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고요하고 조용한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순간
숨이 트였다.
달릴수록 숨이 트였다.
오히려 하루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 쓰다 보니
몸이 따뜻한 상태로 달리기를 하게 되니
찬 바람을 맞으면서 걷고, 달리고 인터벌 러닝을 하는 루틴 아닌 루틴이 생겼다.
바다의 잔잔한 작은 파도소리와 온 세상이 어스름한 시간 혼자 있는 내가 좋았다.
벌써 30분이 다 지나갔다고?!
살짝 근육통이 생기기는 하지만 오늘도 느꼈다. 아 나 몸이 무겁다. 계속 달려야겠다.
다녀오면 한껏 온화해진 내 모습을 발견한다.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
무라카미하루키 작가님은 아침에 달리고 아침에 글을 쓴다는데
나는 이 시간이 좋은데 어떡하지? 혼자 상상하며 미소 짓는다.
잠을 자는 둘째, 남편옆에 같이 누워 TV 보는 셋째,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시작하는 첫째
그래,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네
엄마, 계속 달리기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