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다는 것>
길을 걷다 문득, 이른 여름의 기운 속에서 멈춰선 풍경 하나를 마주쳤다.
바람이 가벼운 먼지를 일으키던 오후였다.
한 노인이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개 한 마리가, 사람보다 반 박자 빠른 걸음으로 천천히 앞질러 걷고 있었다.
노인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약간씩 몸을 비틀었고 지팡이가 인도에 닿을 때마다 마찰음이 짧게 스쳤다.
걸음걸이에는 오래된 시간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손에는 목줄이 쥐어져 있었다.
앙상한 손등에 뚜렷이 드러난 관절이 한눈에도 보였다.
그 손은 매끈하거나 탄력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월이 깎아낸 표면처럼 건조하고 거칠어 보였다.
바람이 다시 한 번 불었다.
그 순간, 노인의 손에서 목줄이 빠져나갔다.
개는 주춤하다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노인은 움찔하며 지팡이를 움켜쥐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개는 몇 걸음쯤 달려 나간 뒤 멈춰섰다.
거리의 틈 너머에서 고개를 돌려 노인을 향해 짧게 짖었다.
노인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지팡이에 의지해 몸을 끌었다.
절룩거리는 발걸음은 무겁고, 때로는 아슬아슬해 보였다.
노인이 가까워질 때마다 개는 다시 몇 발짝 물러섰다.
그러고는 다시 짖었다.
짖는 소리는 건조했지만 그 울림은 길 위에 맴돌았다.
그 둘 사이의 거리는 이상하리만치 일정했다.
가까워질 듯하면 멀어지고, 잡힐 듯하면 빠져나갔다.
추격과 후퇴 사이에 묘한 균형이 있었다.
노인은 한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다가갔고, 개는 늘 마지막 순간에 선을 넘어섰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걷는 동안에도 시선은 그들에게 붙들려 있었다.
잠시 스쳐가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릿속에는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
생각했다.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쳐왔던가.
손에 쥐었던 것들, 소중히 여겼던 것들,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이 어쩌면 이렇게 무심하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놓친 그것들을 다시 붙잡으려 무릎을 굽히고, 숨 가쁘게 다가서다가 또다시 뒷걸음질치는 순간을 맞닥뜨렸던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도, 우리는 같은 광경을 반복한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싶을수록 서로를 경계하게 된다.
어떤 거리들은, 노력으로는 좁혀지지 않는다.
어떤 손길들은, 끝내 닿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노인은 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는 미약한 떨림이 있었다.
개는 또 한 번 짖었다.
짖는 소리는 단호했지만 그 안에 연약한 기대가 섞여 있었다.
나는 모퉁이를 돌았다.
이제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멀어져가는 개 짖는 소리가 내 발끝에 걸려 따라왔다.
인생이라는 것은, 놓쳐버린 것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 일인지도 모른다.
비록 그 거리가 영영 좁혀지지 않는다고 해도.
비록 다시는 손에 닿지 않는다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