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생들과 나 사이에서 유행 중인 게 있다. 이걸 하기 위해 집안을 헤집어가면서 굴러다니는 동전을 찾아다니고, 저금통도 몇 개 따버렸다.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바로 인형 뽑기이다.
우리가 인형 뽑기에 얼마나 진심이냐면! 인형 뽑기 꿀팁영상을 분석하는 건 기본, 인형 뽑기 하는 영상을 찍어 복기까지 한다. 그래서 잘하느냐? 동생들은 잘한다. 동생들은 갈 때마다 몇 개씩 뽑아온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뽑지 못했다.
나와 동생들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나는 인형을 한 번에 뽑으려고 한다. 나에게 매 라운드는 모두 비용이기에 가급적 한 번에, 최소한의 기회로 뽑아야 한다. 반면 동생들은 처음 몇 판을 투자 정도로 생각한다. 일단 처음은 잃는다는 생각으로 시도했다가 결국은 감을 잡아 뽑는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로 동생 둘은 점점 실력이 올라갔고, 나는 돈만 내고 동생들에게 부탁해 인형을 얻었다.
한 번은 갈망하던 인형이 생겼다. 원래라면 정해 놓은 금액 안에서만 인형 뽑기를 했을 텐데, 그날은 눈이 뒤집혔다. 마지막 판에서 아쉽게 놓치고 나니, 첫 손맛에 대한 미련이 생겼다. 너 오늘 내가 꼭 뽑고 간다.
사실 원래 나였으면 아쉬워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셋이 있으면 어떤 분위기가 형성된다.
일단 한 번 더.
다들 그 인형을 뽑겠다는 집념 하나로 돌아가면서 카드를 긁어댔다. 긁기 전에는 “진짜 이게 마지막이다” 말했지만 어느새 최종의 최종의 최종의 최종으로 이어졌다. 긁으면서도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싶었지만, ‘뽑으면 원금 회수’라는 생각에 카드를 넣었다. 우리는 결국 치킨 2 마리를 그 인형에게 상납했고, (이 돈이면 그 인형 3개를 사고도 남았다) 빈 손으로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오면서 다들 각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동생 하나는 못 뽑은 인형에 미련을 가졌고, 다른 동생은 현타가 온다며 당분간 인형 뽑기 중단을 외쳤다. 그 속에서 나는 평온했다.
사실 나는 돈을 쓸 때 굉장히 신중해진다. 동생들도 혀를 두를 만큼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돈을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지만, 늘 기회비용에 집착한다. 맘에 드는 게 있거나 먹고 싶은 게 있어도 결제 직전까지 이 돈으로 무얼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저번에는 1500원짜리 머리집게를 집었다가 30분 고민하고 놓아둔 적도 있다.
그만큼 짠순이인 나지만 이날은 괜히 낭비하고 싶었다. 어느 순간 매사에 따지고, 계산하기에 급급해 순전히 즐기는 법을 잊어버렸다. 한 번쯤은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 큰 의미 없이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카드를 넣었다. 낭비하는 법을 연습하는 거지!
근데
낭비하는데 연습이 필요해..?
그렇다. 사실 내 진짜 문제는 솔직히 인정하지 못하고 억지로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습관이다. 인형 뽑기로 돈을 날린 건 손실이지만, 이게 낭비하는 연습이 되면 왠지 죄책감이 덜어진다. 하지만 나는 그냥 낭비한 거다.
이 소비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 낭비하는 연습은 무슨… 그냥 뽑고 싶은 인형 앞에서 자제력을 잃고 돈을 쓴 사람이다.
프로필에 ‘세상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다’고 썼지만 그 말이 매사에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내게 필요한 건, 자기 합리화를 걷어내고 진짜 의미를 알아보는 눈이다.
그래도 뭐… 이렇게 큰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 낭비는 의미 있었던 걸로…!
하지만 더 이상의 낭비는? 당분간 휴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