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을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 그 마음을 바라보며
#94. 4.3을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 그 마음을 바라보며
우리는 인지된 위험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막을 수는 없지만
마음을 훈련하여 회복할 수는 있습니다.
출처: 캐슬린 애덤스, ‘나를 돌보는 글쓰기’ 中
작년 이맘 때였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다.
아이는 엄마가 사라져 버릴 까봐,
아이는 엄마가 갑자기 죽임을 당할까봐
엄마 곁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엄마에게서 떨어질 수 없었던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본 4.3관련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아이는 큰 불안 속에 한참을 살았다.
영화 속 이야기 중,
소녀가 학교에 다녀온 사이,
엄마는 그렇게 무고한 4.3의 희생자가 되어
더 이상 아이 곁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슬픈, 한스러운 이야기에
아이는 한참을 몰입해있었다.
아이는 그 영화 속 소녀가 너무 가여웠고,
그 영화 속 소녀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영화 속 엄마처럼
누군가 우리 엄마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었다.
제주에서 있었던 일이기에, 제주에서 살고 있기에,
아이는 더욱 불안하고, 불안했다.
일 년 정도 지난 오늘,
아이는 나에게 한 장의 그림을 가져왔다.
“엄마! 4.3에 대한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보았어."
아...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울림으로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잘 자라고 있음에 감사해본다.
아이는 자신의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바라보고, 돌보아가고 있었다.
'동백, 눈물이 되다.'
아이가 적어낸 문구를 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아이가 눈물로 표현한 글씨체를 보며 마음 속 슬픔이 차오른다.
'가슴 아픈 제주4.3, 평화로 다시 피어나리!'
아이가 써낸 문구에서 마음을 배워간다.
그리고
그려낸 소녀의 그림을 보며 그 깊은 슬픔과 아픔을 바라본다.
아...
이 아픈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구나.
이 아픈 역사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구나.
아...
아이가 4.3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잘 돌보아 가고 있구나.
아이가 4.3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회복하고 있구나.
아...
아이는 아이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훈련하며 회복하고 있구나.
4.3인 오늘.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며, 아이의 성장을 느껴간다.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며, 아이의 마음을 배워간다.
그리고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4.3희생자들의
안식과 평안, 명복을 위해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