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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소리 Jun 18. 2024

화생(花生)

꽃의 일생

나이 스무 살쯤. 지금으로부터 강산이 두 번 변하기 전.

청소년(少年)에서 소(少) 자 꼬리표를 떼고 청년(靑年)이 된 것을 축하하는 '성년의 날'

어느 서류에도 보호자란을 비우고 본인이 보호자가 될 수 있는 나이

온갖 통제에서 벗어나 객쩍게 부리는 혈기와 용기로 술도 맘껏 마셔보는 그런 나이였다.


대학 단과대에서는 모든 성년을 맞은 청년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나누어 주었다.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집에는 꽃을 꽂아 놓을 화병이 있을 리 없었다.

꽃을 받으면 식당 주인에게, 혹은 친구에게 짐을 덜듯 주고 와버렸다.

차라리 먹는 상품권이 좋았지 꽃선물은 여하튼 제일 싫고 귀찮았다.


그런 내가,

꽃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지난 봄에 찾은 친정집 담장은 아슬아슬 넘실대는 들장미로 환했다.

담장 안팎으로 줄기를 뻗어

우리 집 장미도, 이웃집 장미도 된다.


싱그럽고 생그럽다.

꽃을 찍기 시작했다.

예쁜 건 도무지 찍지 않을 도리가 없다.

웃어도 예쁘고
웃지 않아도 예쁘고
눈을 감아도 예쁘다.
오늘은 네가 꽃이다. <오늘의 꽃 - 나태주>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이와 함께 보고 싶어 하는 공통점이 있는걸까.

꽃으로써 안부를 묻는다.

그대 마음 밭에도 꽃

꽃은 나무에서 번, 공중에서 번, 위에서 한 번

세 번을 피우지만

내 마음에도 피니

네 번이 정확하겠다.



"딸, 꺾인 꽃은 웃지 않아."

친정 엄마의 시적 표현에 멈칫했다.

그렇다.

사람만 잠시 웃다 만다.

 

사람만 잠시 웃다 만다.

어느 행사장 앞을 지다가 꽃의 통곡을 듣는다.

청소 카트에 담긴 채 아직도 해를 찾는 너본다.

먹먹하다.

You don't deserve this!


너를 쓸모로 여기고 다루는 이들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

자연스레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려 주지는 못했을까.


너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웃어주자.

적어도 꺾여 버려지는 신세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너의 젊에 애도를 보낸다.





글, 사진 엄민정

상하이 거주 13년.

한국의 김치와 상하이의 샤오롱바오처럼 익숙한 것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의미를 찾는 일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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