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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의라일락 Sep 02. 2024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9월, 필요한 말은 세 마디뿐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이 말은 2020년 9월 세상을 떠난 94세 현역 최고령 의사 한원주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라고 전해진다. 그해 가을 타임라인에서 흘러가던 이 말을 보고 나는 행복해졌다. 어쩌면 이렇게 청명한 말일까. 


요즘 나는 말이 너무 고단해. 20년간 글을 써온 선배가 했던 말이다. 언어의 고단함은 언어를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말과 글을 도구로 쓰는 직업. 미사여구는 일종의 직업적 스킬과도 같은 것이다. 이 말은 이렇게 전할 때 더 설득력 있지, 이 말은 이런 비유를 더하면 어떨까, 이 말은 이런 표현을 더하면 더 멋있어질 거야. 그렇게 덕지덕지 붙어나간 표현은 어떤 순간엔 무거움이 되기도 현학적인 수사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간결함의 힘을 떠올린다. 장황한 말보다 적확한 말이 더 강력할 때가 있다. 단순하지만 묵직한 말의 강력함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 글은 평소보다 유난히도 짧다. 



힘내, 서로를 북돋아주는 말 

가을이다, 그 계절의 행복을 느끼는 말

사랑해, 관계를 믿게 하는 말


9월의 첫 월요일, 해야 할 말은 어쩌면 이 세 마디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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