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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Sep 17. 2024

[단편 소설] 면담

당신은 살인을 하셨군요.

면담




-당신은 살인을 하셨군요.

어두운 방 안에 또렷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 말을 들으면 '이런 케이스'들은 하나같이 변명하곤 한다. 살인이라니, 무슨 마땅치도 않은 소리냐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곤 하더랬다. 역시나 남자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네? 제가 무슨 살인을 했다구요? 무슨 소리입니까! 저는 맹세코 생전 범법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로 도의적이었던 사람입니다!

-폭행 162회, 살인미수 3회, 살인 1회. 여기에 이렇게 또렷이 적혀있는데도요. 아니시라는 겁니까.

-그렇다니까요! 여기 제대로 된 곳이 맞습니까? 저를 모함하려는 거지요!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하니 이렇게 반응하곤 하는 거다. 이승과 저승의 법이 다른 것을 우리 탓으로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종이에 적힌 글자를 노려보다 상대에게 보여줬다. 남자는 글자를 읽는다. 그러곤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 듣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살인 도구: 입

남자의 살인은 자연스럽게 진행됐을 것이다. 서서히 사람을 말려 죽였겠지. 상대는 너무나 아파 자신마저 잃고 말았으리라. 고통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죽었을 것이다. 남자를 원망하는 것보다 자신을 더 미워하면서.

-이곳에선 많은 자살은 자살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자살이 아니라 타살로 구별되지요.

남자는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는지 하얗게 질려갔다.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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