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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Sep 13. 2024

[시] 봄, 여름 그리고 겨울

가을이 실종된 지 오래다

봄, 여름 그리고 겨울



가을이 실종된 지 오래다
형체는 알지 못해도
우리는 분명 눅눅한 온기와
쌓이는 낙엽을 안다

붉은 잎들을 보며
건조한 길가를 걸을 때
얼마나 기분이 벅차는지도

사박
사박
낙엽 소리가 난다

언젠가부터
피신하던 여름비는
구름에 눌러앉았다
우리는 그렇게 추억을 잃었고

가을은 어디로 갔는가

행방을 아는 사람이 많았다
여름과 함께 있다고 했다

여름은 너무나 뜨거운데
다가갈 수 있을까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처음부터
그를 특정할 수가 없었다

여름이 온 세상이란 것을 잊고 있었다
과열된 세상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서서히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쓰러지는 건물 속에서
사람들이 도망쳤다
불에 타지 않는 희망을 가지고


언젠가
따뜻한 것을 좋아하던
붉은 계절이 있었다

그가 돌아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세상이 너무나 차가웠을 뿐이라고

오늘도 세상은 춥고 여름은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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