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순간은 아이와 부모의 우선순위가 다를 때다.
아침이 되면 나는 군대에서 몸에 익은 습관대로 시간을 맞추려 한다. 기상, 아침 식사, 세수, 옷 입기,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보내기까지, 모든 것이 정해진 시간 안에 착착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린이는 달랐다. 그녀에게는 나름의 우선순위가 있었다.
첫 번째 깨달음. 아침의 전쟁
"아빠, 나 조금만 더 놀고 가면 안 돼?"
나는 시계를 흘깃 본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부엌 창을 타고 들어와 부드러운 오렌지색을 뿌리고 있었다. 이미 10분이나 늦어졌다. 조금만 더 늦어지면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지체되고, 내 일정도 틀어진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안 돼. 지금 안 가면 늦어. 빨리 준비하자."
하지만 아린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작은 손으로 내 옷자락을 잡고 애원하듯 말한다.
"아빠, 조금만 더. 우리 블록 놀이하고 가면 안 돼?"
나는 한숨을 내쉬며 무릎을 굽힌다.
"아린아, 어린이집 가야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만나잖아. 아빠도 집안일하고 일도 해야 해."
아린이는 입을 삐죽 내밀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나 지금은 아빠랑 더 있고 싶어. 어린이집 나중에 갈래."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를 일정한 시간에 보내야 한다는 내 우선순위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아린이에게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구나.'
육아는 아이와 부모 둘 다 중요하지만, 결국 아이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동안 내 삶의 편의를 위해 아린이의 시간을 조정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그 후로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초등학교처럼 엄격한 시간에 맞춰야 하는 곳이 아니다. 5분, 10분 늦는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일부러 조금 더 여유롭게 일어났다. 아린이가 먼저 나를 깨웠다.
"아빠, 우리 블록 놀이 먼저 하고 가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금만 놀다가 가자."
아린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우리는 블록을 쌓으며 몇 분을 함께 보냈다. 그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린이는 기분 좋게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이의 우선순위가 존중될 때, 육아는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두 번째 깨달음. 저녁의 타협
저녁이 되면 하루의 피로가 몰려온다. 나는 빨리 저녁을 먹고 씻기까지 마무리한 후, 아린이를 일찍 재우고 내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아린이는 저녁 시간에도 자신의 세계를 즐기고 싶어 했다.
"아빠, 조금만 더 놀고 씻을래!"
아린이는 인형들을 한 줄로 세우고, 블록을 성처럼 쌓고 있었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린아, 이따가 또 놀 수 있잖아. 지금 안 씻으면 늦게 자고 내일 피곤해져."
하지만 아린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 지금 이 성을 완성해야 해!"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10분만 더 하자. 10분 지나면 꼭 씻기로 약속!"
아린이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후,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하고 씻으러 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부모가 아이의 시간을 존중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부모의 시간에 맞춰주려 한다는 것을.
세 번째 깨달음. 주말의 선택
주말이 되면 나는 밀린 집안일을 정리하고, 잠깐의 여유 시간을 가지려 했다. 하지만 아린이에게 주말은 온전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었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빠, 우리 오늘 공원 가자!"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밖을 보니 햇살이 따뜻했지만, 공원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여졌다.
"아린아, 우리 내일 가면 안 될까? 오늘은 집에서 쉬자."
아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빠, 약속했잖아. 우리 공원 가기로 했어!"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래, 가자."
공원에 도착하자, 아린이는 웃으며 뛰어다녔다. 미끄럼틀을 타고, 꽃을 들여다보고, 나비를 쫓아다니며 행복해했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깨달았다. 아이에게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네 번째 깨달음. 장난감 정리의 철학
어느 날 밤, 방 안은 장난감들로 가득했다. 나는 지쳐서 말했다.
"아린아, 이제 정리하고 자야지."
하지만 아린이는 장난감 사이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우리 정리하면서 놀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리하면서 논다고? 어떻게?"
아린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가 마법사야. 마법으로 장난감을 정리하는 거야!"
그렇게 우리는 마법 지팡이를 흔들며 장난감을 치우기 시작했다. 장난감을 하나 정리할 때마다 마법 주문을 외웠고, 방 안은 점점 깨끗해졌다. 그날 밤, 나는 정리도 놀이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다섯 번째 깨달음. 비 오는 날의 산책
어느 날,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서서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린아, 오늘은 집에서 놀자."
하지만 아린이는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우리 우산 쓰고 산책 가면 안 돼? 비 오는 날 걷는 거 진짜 재밌을 것 같아!"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우산을 챙겨 들었다. 우리는 작은 장화를 신고 빗속을 걸었다. 물웅덩이를 밟으며 깔깔 웃는 아린이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세상은 더 흥미롭고, 더 특별해진다는 것을.
육아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맞춰 가는 과정이다. 나는 오늘도 아린이와 함께 시간을 맞추며, 내 시계를 조금 늦춰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