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선을 타고 달린다. 1차선 차보다 빨리 가면 기분이 좋다.
1차선에 줄줄이 정지해 있는 차들. 빨강불에서 초록불로 바뀌며 뻥 뚫려 있는 2차선을 달리는 기분이란. 날아간다.
출근길 반대편 차선은 차들이 빼곡하다. 쟤들은 언제 가냐. 걱정이 된다. 내 차 뒤에 빼곡하게 선 자동차는 안 보이니 괜찮다. 우하하하.
1차선, 2차선에 빼곡히 서 있는 차량들을 지나쳐간다. 우회전 차선은 텅텅 비어 있다. 나는 우회전 차니까 쌩쌩 달려 오른쪽으로 빠진다. 우하하하하.
초록불을 향해 달린다. 갈 수 있을까 못 가는 걸까? 통과! 겨우 통과하고 내가 꼴찌인 줄 알았는데 교차로 중간쯤 주황불로 바뀌며 나를 따라오던 뒤차는 초록 신호를 받지 못했다. 우하하하! 뒤차는 정지 선에 서 있다. 우리 차는 앞으로 앞으로. 뒤차와 멀어진다. 기분이 좋다.
앞 차의 불빛이 안 보이는 순간이 있다. 앞차가 모두 가버렸다. 먼저 쌩하니 가버렸다. 퇴근길 천천히 운전을 하다 보면 으레 있는 일이다. 혼자 맨 꼴찌로 가고 있는데 멀찍이서 따라오는 군단의 자동차가 환한 붉을 밝히고 따라온다. 꼴찌가 아니라 대장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곧 후미에 따라붙어 나를 추월해 가기는 한다. 다음 신호등을 받아 따라오는 차들의 군단은 또 있으니 괜찮다.
나를 추월해 간 차를 신호등 빨간불에서 만났다. 왠지 기분이 좋다. 빨리 가 봤자 신호등에서 만날 걸 왜 그리 서두르는지 모른다. 인생 느긋하게 살아도 괜찮다 얘들아. 바로 뒤에 서거나 옆에 서서 인생이란 이런 거라고 알려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런 게 인생이란다. 빨리 가도 늦게 가도 도착점은 같단다. 그래도 빨리 가면 왜 기분이 좋을까. 왜 1등인 것 같으면 기분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