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보듬고만 있었던 아이들. 아이들은 스스로 밥 먹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에 쫓겨 양껏 못 먹을까 봐 미리 떠준 밥 숟가락 덕분이다. 아이는 입 속의 밥을 미처 다 씹어 삼키기도 전에 엄마의 밥숟가락 세례를 받는다.
큰아이는 엄마의 넘치는 사랑 덕분에 말이 느렸다. 표현하기 전에 알아주고 불편함 없이 케어해 주었다. 어른들이 그랬다. 그래서 말이 느리다고. 그저 날 괴롭히는 말인 줄 알았다. 다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라는 것을 몰랐다.
엄마는 위험한 행동도 보지 못했다. 혹여 밖에 나가면 넘어져 무릎이 깨질까 걱정이 되었다. 쌩쌩 달리는 차에 혹시 다칠까 무서웠다. 그래서 어린이집 통학도 손잡이가 달린 자전거를 이용했다. 큰 아이들 복동이와 복이가 같이 어린이집에 다닐 적에는 2인용 손잡이 자전거를 탔다. 비 오는 날은 전용 커버를 씌워 다녔다. 큰 아이들은 걷는 것도 느렸다. 걷는 대신 아이들은 집 안에서 자동차 타기를 즐겨했다. 걷고 뛰고 싶은 마음을 그것으로 푼 것 같다. 맞다 아이는 자동차라면 다 좋아했다. 남자 아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타고 붕붕 다니고 싶었던 마음이 아닐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본다.
엄마는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먹여주고, 대신 움직여 주고, 발 노릇을 해주었다. 아이가 할 일을 대신해주는 동안 아이는 밥을 떠먹어야 할 시기에 숟가락질을 배우지 못했고,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걷고 뛰기가 힘들었다. 아이들마다 행동 발달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하면 너무 보듬고 감싸고 다 해주는 엄마가 아이의 발달을 느리게 만든 것이 분명하다. 이제야 그것이 보이니 참... 이제 다 키웠는데... 이제라도 손을 좀 놓아야겠다. 화수집을 하며 아이들 행동뿐 아니라 나의 행동을 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너무 끌어안고 있어 과부하가 걸린 거구나. 사랑이 너무 과해서 아이들이 늦게 배운다. 엄마의 지나친 보호에 아이들은 괜찮은 걸까? 괜찮았을까? 앞으로 괜찮을까? 이제는 좀 놓아주자. 미리 놔주어야 했던 것을.
저녁 메뉴로 빨간 닭볶음탕을 했다. 김치와 밥만 놓으면 먹을 수 있는 만능 메뉴다. 단 하나 부족한 점은 매워서 꼬마들이 못 먹는다는 것이다. 어쩐다... 살이 제일 두툼해 보이는 닭다리 한 개씩을 반찬 그릇에 담아 주었다. 놓아주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닭살을 뜯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닐장갑을 하나씩 꺼내 주었다. 김치에 매운 닭볶음탕이니 꼬마들 먹기 고역인가? 그래서 감자 대신 넣은 커다란 고구마도 하나씩 줬다. 달콤함이 매콤함을 이기기를 바라며 고구마를 줬다.
복실이가 닭볶음탕을 먹는다. 비닐장갑을 끼고 닭을 한번 뜯고 장갑을 벗고 밥을 먹고 맵다며 물을 달란다. 이번엔 비닐장갑 끼는 걸 잊고 손 전체가 빨개졌다. 난감하다. 손을 씻고 다시 장갑을 낀다 반대 손으로 밥을 먹고 장갑 낀 손으로 닭을 뜯고 물을 먹는다.
달복이는 더 가관이다. 밥을 먹고 비닐장갑을 끼더니 닭다리를 한 번 뜯고선 빨간 장갑을 빨아먹는다. 평소 이것저것 맛보는 달복이 주 특기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장갑이 깨끗해지도록 빨아먹고선 고이 벗어 식탁에 내려놓는다.
빠직!
고기를 별 즐기지 않는 아이는 매운맛에 흥미를 잃었다. 빨간 고구마를 밥 위에 올려놓더니 으깬다. 고구마 밥피자를 만든다며 모양을 잡는다. 떡이 된 밥과 고구마가 뭔 맛일지 밥맛이 떨어졌지만 꾹 참았다. 고기 하나를 먹이려고 양념이 묻지 않은 하얀 살을 발라 밥 위에 하나 얹어 주니 피자에 닭고기가 추가되었다며 좋아한다.
아이들은 즐겁고 신나게 물 배를 가득 채우고 식사를 마쳤다. 엄마는 달복이 복실이의 밥 먹는 꼴을 보다 체해 버렸다. 마음을 놓고 손을 놓기는 쉽지 않다. ‘때 되면 알아서 하겠지.’라 생각하며 나 생긴 대로 살아야 할까 보다. 아이 키우는 여러 과목 중 밥먹이기가 제일 힘들다.
밥먹이는 모든 어머님들 파이팅! 그러나 밥은 먹이는 게 아니다. 밥은 스스로 먹도록 해야 한다. 한번 두 번이 어렵다. 두 번째 세 번째는 더 쉽다. 더 커서는 아이 스스로 밥 벌어먹도록 해야 한다. 이제 곧 더 높은 고개를 올라야 하는데 작은 고개쯤은 거뜬히 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스스로 밥을 떠먹도록 유인하자. 다음번에는 안 매운 요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