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동이와 복이는 아침밥을 안 주면 편의점에 간다. 아침을 먹어야 사는 아이들이다. 아침은 샌드위치. 두 쪽 든 것을 어느 날은 내게도 건네준다. 맛있다. 가격도 싸다. 청소년 복동이와 복이는 편의점 별 맛있는 샌드위치 종류를 꿰고있다.
점심밥을 먹고 큰 녀석 둘이 쿵짝쿵짝하며 편의점에 간다.
“꼬마 동생들도 좀 데리고 가라 콧바람 좀 쐬게. ”
종일 가게에 묶여 있는 나는 아이들 데리고 잠깐 외출할 짬이 없다. 동생들을 데리고 가면 사탕이든 도넛이든 뭐든 하나 더 들려온다.
“나도 스트로베리 도넛!”
‘아이고 두야. 내가 거길 왜 딸려 보냈을까. 내 도넛은 왜 또 사오라고 했을까. ’
꼬마들은 식전 도넛, 식전 과자를 먹는다. 나도 옆에서 먹는다. 꼬마들은 단 것을 먹으면 밥을 세 숟가락만 먹는다. 간식 배는 다들 따로 달려 있는 거 아니었던가? 나는 그렇지만 꼬마들은 아니다. 대신 오랜 시간 식탁에 앉아 밥 먹었다는 느낌을 살려준다.
복이는 핑크 컵라면을 좋아한다. 편의점에 핫바도 함께 사들고 온다. 식전에 먹고 밥을 먹고 식후에 또 라면을 먹는다. 소시지, 핫바를 더한다. 치워버리고 싶다. 복이의 라면 요리는 밤중까지 계속된다. 개수대가 울긋불긋하다. 치즈가 덕지덕지, 스텐 소쿠리에도 팅팅 불은 라면이 붙어있다. 가끔 엄마에게도 밤중 라면을 끓여준다.
복동이가 편의점 음식을 냉장고에 채운다. 요즘은 치즈 콕 소시지가 맛있다. 내가 맛있으면 안 되는데. 복동이 녀석 식구 수 대로 여섯 개 사 왔다. 통도 크지. 가족 사랑인가? 칭찬하면 안 되는데. 1 플러스 1이 사랑이란다. 편의점을 다 쓸어왔나 보다. 두고두고 먹을 거란다. 없을 때도 있다며 보이길래 다 담아왔다고 했다. 동생들도 편의점 음식을 먹는다. 냉장고 문을 열고선 소시지를 보며 군침을 질질 흘린다. 나도 흘린다. 그러다 하나씩 얻어먹는다. 그래도 남는다. 남은 하나를 먹을 수 있을까 종일 고민한다. 달복이도 복실이도 나도. 학원 마치고 돌아온 소시지 주인 복동이가 날름 데워 먹어버렸다. 쌓아 놓지 말라고 당부해야겠다. 음식을 참는 건 큰 시련이다.
편의점 음식은 밥이 아니다. 간식이다. 끼니에 해당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주부에게 도움이 안 된다. 한 끼 때우면 좋으련만(이런 썩을 정신)
배곯는 것은 아니지만 끼니를 넘길 수는 없는 것이 주부의 마음이다. 편의점 간식을 넘어서는 더욱 맛난 요리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간식을 이길 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간식 근절!
편의점은 이래저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일정 부분 나도 수혜를 받고 있는 편의점 음식이다. 아이들에게 편의점은 문방구 불량식품 간식코너와도 같은 단골가게다. 방학 때만 다닐까 학교 오가며 참새 방앗간 들르듯 드나들었을 테다.
그런데 유독 요즘 들어 아이들의 편의점 행이 늘어난 이유를 가만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 핸드폰 요금제를 바꾸며 생긴 포인트가 이번 달 말까지 사용이라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월이 되면 좀 줄어들까?
엄마 손 필요 없이 간식을 챙겨 먹는 아이들이 기특하기는 하다. 그런데 죄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니 건강염려증인 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라면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간식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우선은 과일을 입에 한 주먹씩 넣어줘야겠다. 과일은 입에 넣어줘야 먹는다. 손이 없는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