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찜기에 넣었습니다.
이제야.
고구마 한 봉을 받았지요.
언니가 지난해 밭에서 수확한 고구마입니다.
첫날, 껍질을 벗겨 물에 넣고 삶았습니다.
밥에 넣으면 편하고 딱 좋을 것 같았지만 밥은 이미 안친 뒤였어요.
토막을 내서 보글보글 끓이다 가게 일을 하러 갔지요.
당연하게도 잊었지요.
나중에 보니 냄비 안, 흥건한 물 안에 고구마 토막이 둥둥 떠있었습니다.
그래도 잔열에 익기는 했겠지?
생각하며 물에서 건졌지요.
물기를 쏙 빼 반찬통에 넣어놨습니다.
저녁에 먹으려고 한 개 깨물어보니 딱딱했습니다.
고구마 봉지를 집으로 데려갔지요.
아침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려고요.
간단한 아침 식사로 먹으면 안성맞춤이겠지요?
늦잠을 잤습니다.
씻고 바로 나오느라 고구마를 구울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럼 가게로 가져가서 구울까?
생각했지요.
고구마를 현관 앞으로 밀어 두었습니다.
이런!
차에 타고 나서야 고구마가 생각나는 겁니다.
내릴까 말까...
에잇! 바쁜데 출발하자.
하였지요.
고구마는 그렇게 현관 앞에서 종일 저를 기다렸습니다.
일요일 아침입니다.
간단한 식사를 준비합니다.
드디어 고구마를 씻어 찜기에 올렸습니다.
보글거리며 잘 익고 있습니다.
젓가락으로 찔러봐야 할까요?
콕콕 찔러보니 덜 익었습니다.
찜기는 얼마 전 가게에서 집으로 오던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트렁크를 열었는데 찜기가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추락으로 찜기 본체(하체)가 찌그러졌습니다.
찜기에 난데없는 쭈글쭈글 주둥이가 생겼습니다.
상체와 하체, 뚜껑으로 구성된 찜기는 그래도 찜기의 기능을 다합니다.
상체와 하체를 결합하면 찌그러진 사이로 김이 다 새 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하여 꽉 눌렀습니다.
얇은 스테인리스가 꽉 맞물려 상체와 하체가 일체형이 되었습니다.
찜기는 잘 끓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흔들어 봅니다.
물의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구마의 무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저것을 어쩌지요.
또 냄비가 타버리면 안 되는데...
머그컵에 물을 담았습니다.
뚜껑을 열고 고구마를 피해 냄비 벽 쪽으로 물을 부었습니다.
당분간은 괜찮겠지요?
수증기가 계속 올라옵니다.
머그컵에 물을 담았습니다.
뚜껑을 열고 고구마를 피해 냄비 벽 쪽으로 물을 부었습니다.
구멍에 물이 안 보이는 걸로 봐선 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젓가락을 들고 또 찔러봅니다.
아직입니다. 그래도 고구마가 노랑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색깔이 희멀겋더니 노랑으로 변했습니다.
수증기를 머금어 촉촉해 보입니다.
고구마가 끓고 있습니다.
뚜껑을 열고 냄비를 옆으로 기울여 봅니다.
물이 안 보입니다.
머그컵에 물을 담았습니다.
고구마 위로 물을 퍼부었습니다.
고구마 색깔이 더욱 노릇노릇해집니다.
맞습니다.
고구마는 껍질을 모두 벗겨 찌고 있습니다.
씻기 귀찮아서 벗겼습니다.
수증기가 올라옵니다.
다시 냄비를 기울여 봅니다.
물이 많습니다.
마음이 놓입니다.
이제 조금 더 끓인 후 젓가락으로 한 번 더 찔러봐야겠습니다.
제 고구마는 괜찮겠지요?
가장 뚱뚱한 고구마를 찔러보았습니다.
아주 잘 익었습니다.
찐 고구마도 뜸을 들으라고 불을 끄고 뚜껑을 다시 닫아놨습니다.
밥도, 옥수수도 뜸을 들이더라고요.
고구마도 뜸을 들이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하였지요.
커피 한 잔 내려 아침으로 맛나게 먹어야겠습니다.
뚜껑을 많이 열어봐서 좀 덜 맛있겠지요?
그래도 냄비를 안 태우는 게 중요합니다.
물 양을 얼마나 넣어야 안심하고 끝까지 끓일 수 있는 것인지 참.
고구마 찌는 것 하나가 이다지도 어려울 일인가요?
저한테는 그렇네요.
다음번엔 그 고구마 그냥 구워먹어야겠습니다.
고구마는 남편이 구워줘야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