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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Jul 17. 2024

기분 좋은 선물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곳에 입주한 지 20년이 되어간다

장마철이라 집중호우로 변해 순식간에 양동이로 물을

부어 대듯이 쏟아진다


외출 후 집으로 들어오면서 현관에 들어서니 웬 쪽지와

쓰레기종량제 봉투 10장이  우리 집 앞 현관문에 걸려있었다


쪽지에 적힌 글자를 읽어보니 203호실 입주예정자인데 일주일 동안 미리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데 공사 소음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전 양해 문구였다


이곳에 입주해 살면서 수많은 세대들이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사전동의서를 세대별로 받아 갔는데

누구 하나 선물하나 들고 동의서를 받으러 오는

입주자는 없었다


이번에 이사 오는 분은 어느 분인지 모르겠으나

정성스럽게 조그마한 쪽지를 작성해서 이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기존 세대원들에

나눠주니 그 마음씨가 참 고맙고 기특하고 예쁘다


금액으로 따지면 천윈 내지 이천 원이지만 여름철에

꼭 필요한 소형 쓰레기봉투를 선물하다니  좋은 아이디어이다


종량제 봉투를 선물하지 않아도 세대별로 동의서를

받으러 오면 흔쾌히 동의서에 동의하는 서명을 해줄 것인데  입주자가 참 예의 바른 것 같아 더 궁금해진다


신혼부부가 이사를 오는 건지 이 니면 연세 지긋한 분이 이사를 온 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기분은 좋다


나중에 이사를 오게 되면 꼭 고맙다고 한번 방문해 봐야겠다


내 아이들도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미리 집을 구해

사전에 리모델링을 할 텐데 절대로 입주자들에게

사전 동의서를 그냥 받으러 가지 말고 오늘 우리 집 밑으로 이사 예정인 입주 예정자처럼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미리 구입해서 사전에 나눠 주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켰다


사소한 것 같지만 물질 만능주의에 예의가 부족한 젊은이들이 많은데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오늘 종량제 쓰레기봉투 10장을 미리 나눠준 입주 예정자의 고운 마음씨에

감동도 받았고 기분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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