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와 나는 하늘에서 떨어진
바늘과 실인지도 몰라
함께 머물다 간 곳마다
꽃잎 쌓여 있거든
벌깨덩굴 꽃잎은 새틴 스티치로
금낭화 씨앗은 프렌치 노트 스티치로
비탈길 애기나리는
레이지 데이지 스티치로
우리는 수를 놓고 있었던 거야
너를 따라 걸으니
꽃이 피더라
비단실을 둘러도
너 없으니 못 피더라
헐벗은 겨울이 우리로 인해
봄이 된 것을 보았니
세상은 우리의 화폭
아직도 채울 것이 많은 여백
오늘은 비어 있는 그곳을
무엇으로 채워 갈지 두근거려
붉은 색실 모자랄까 걱정하지 마
숲 사이로 스며드는 노을빛이 있잖아
푸른 실이 없다 해도 괜찮아
하늘 끝자락 살며시 잡아당겨
실타래에 감아 둘 테니
너는 늘 반짝였어, 올곧은 바늘처럼
어줍은 내 손 잡고 걸어가 줄래?
여백 위를 꽃으로 가득 메울 때까지
그 세월이 천년만년 걸린다 해도
쓰고 보니 결혼식 때 신부가 신랑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 축시의 느낌이 듭니다.
올봄에 국립수목원에서 많은 꽃을 찍었습니다. 수목원을 샅샅이 뒤져서 아주 작은 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가는 곳이라 못 본 사이 피고 진 꽃도 있을 듯합니다.
지난 5월, 수목원 여기저기에 예쁘게 피어 있던 꽃들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금낭화
라일락
애기나리/ 전호
죽단화/ 설악조팝나무
정향풀/ 타래붓꽂
벌깨덩굴/ 앵초
병아리꽃나무/ 애기똥풀
깽깽이풀/ 모과나무꽃
덜꿩나무/ 명자꽃
영산홍/ 불두화
수선화
히아신스
할미꽃과 백두옹(꽃잎 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