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커피 향이
쉬폰 원피스처럼 살랑이는 바람을 직조하면
온몸은 나른함을 벗는다
넓은 통유리창에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있는 과정이
생중계하듯 비치고 있다
그는 포터필터*에 원두가루를 담아
섬세하게 탬핑*한다
그것을 커피 머신에 장착하여 작동시키니
진한 에스프레소 줄기가 흘러내린다
그도 미소를 흘린다
온도, 압력, 모든 것이 완벽했다
거기에 따뜻한 물을 알맞게 섞으면
진동벨은 윙윙 울고
황금 비율의 아메리카노 완성이다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떠오른 2:2:2
아메리카노 이전에는
2:2:2의 비율이 있었다
인스턴트 커피가루, 프림, 설탕 2스푼씩,
옛날 커피의 황금비율
이 공식만 있으면 모두가 바리스타다
부엌에서, 탕비실에서, 어디에서든
울려대던 마음의 벨소리
지금은 건강의 아포리즘 속에서
추억의 황금벨이 된 오묘한 단맛
2:2:2의 단순한 공식은 이제
까다로운 에스프레소보다
적용하기 어려운 공식이 되었다
아메리카노의 풍미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릴 때
가장 쉽고 달콤하던 공식을
기억 속에서 끌어올린다
진한 향수 한 스푼과 함께
*포터필터(portafilter) -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입니다.
*탬핑(tamping) - 포터필터에 담긴 커피가루를 고르게 눌러주는 과정입니다.
이 두 가지는 에스프레소 추출의 핵심 요소로 올바르게 수행되면 풍부하고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