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수저통에 숟가락을 꽂았다.
손잡이 부분이 바닥을 향하도록 꽂았다.
그런데 옆 사람이 그 숟가락을 꺼내더니 반대 방향으로 다시 넣었다.
어떻게 담는 게 맞는 걸까?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수저통 안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수저의 입에 닿는 부분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분쟁과 다툼은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팽팽한 끈을 서로의 방향으로 잡아당기기보다는,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확신이 들 때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내가 믿는 것이 타인의 방식을 묵살하고 관철시킬만큼 절대적인가?
과연 절대적인 답이라는게 존재할까?
지금 내가 내리는 결론은 언젠가의 오답이 된다.
그러나, 무궁무진한 변수와 "정답"이라고 믿었던 오답들은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종국에 어울림이라는 형태로 탈바꿈한다. 그렇게 세상은 다채로운 조화를 이룬다.
확신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익숙한 것들로만 가랑비 옷 젖듯 스며드는 세상 속에서, 나 또한 한쪽으로 치우쳐 가고 있지는 않은지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나의 답을 찾되,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도 공고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