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떠올려 본 시간이 없다. 나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한 세대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쉽게 대답하기란 어렵다. 숱하게 접한 자기소개서, 경력 기술서 외에 정말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솔직하게 전할 수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를 알기 위해 마음속 깊이 박힌 단어를 들여다본다. 내게 그런 단어는 '불완전'이었다. 원래도 성숙하지 못한 나를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20대 후반인 지금 유독 그 비중이 크다. 어쩌면 내 안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이제야 눈길을 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때로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남들과의 비교에 한없이 불안해하거나, 상처받기가 무서워 피하고야 마는 그런 아이를. 어쩌면 인정하기가 어려워 숨기기에 바빴을 수도 있겠다.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무른 마음을 지키기 위해 온갖 방어태세를 갖춘 아이들. 이들은 나를 멈추게도 하고, 달리게도 한다. 어떻게든 쓰는 사람이 되게 하기도, 회피하고 도망치는 사람이 되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나의 약함을 사랑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늘 함께 존재해 왔던 감정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으니, 용기를 내보기 시작한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인생의 과정을 겪는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짐을 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완벽하지 못한 나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을. 나를 탓하지 않아도 괜찮음을 되뇌던 요즘이다.
어느 날은 오랜만에 K양을 만났다. 마음을 내비칠 수 있는 친구라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오가곤 했다.
“너는 어떨 때 네가 불완전하단 걸 느껴?”
잠시 주춤한 듯 생각하던 그녀가 입술을 열었다.
“음.. 많지. 외로울 때도 그렇고.”
K양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지낸 반려묘 도치를 본가에서 자취방으로 데려왔다. 세월이 흐른 반려묘의 모습을 누구보다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난 도치에게 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데려왔다고 생각했어, 근데 사실은 나에게 도치가 너무 필요하기 때문에 데려온 걸 수 있겠더라. 도치가 없었다면 나는 정말 외로워서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몰라.”
그 말에 뜬금없이 눈물이 나온다. 흐르는 눈물에 당황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계속 그녀의 말을 곱씹게 된다. 아마 내 곁의 사람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보였기 때문일까.
지금 지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적응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환경과 일을 접하는 건 언제나 어렵기에. 집에 돌아오고 나서 침대로 향하는 발걸음을 겨우 붙잡는다. 그런 다음 노트북을 피고 마음을 쏟아낼 준비를 한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놓지 않으려 또 하나의 과정을 적응해 가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삶을 보내고 있을지, 매일의의미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때로는 불완전한 사람으로, 그렇기에 가능성을 꿈꾸는 사람으로, 무수한 나를 발견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