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답게
요즘 세간에는 품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예전같이 먹고살기 힘들 때는 품격이라는 이야기는 사치였을 것이다. 이제는 먹고살만한 세상이 되었다고 그런지 간혹 품격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품격이란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그 모습이 우러나오는 성품이다.
성공한 사람은 품격이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꼭 성공과 품격을 비례하지는 않는다.
품격(品格)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또는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말한다. 품질(品質)은 물건의 성질과 바탕을 말한다. 품위(品位)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을 말한다
품격에는 국가, 조직, 가정, 개인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덕목으로 평가된다. 경제적으로 성공하였다고 해서 도덕적인 품격이 동일하게 따라오지는 않는다.
독일의 비판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인간은 뒤틀린 목재와 같다”라고 했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빗대서 한 말이다. 품격의 완성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결점을 명확하게 깨닫고 진정으로 노력해야 발전적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품격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고 그 안의 영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거기에 지역이기주의까지 겹쳐서 거의 전쟁과 파괴의 위험으로 치닫고 있는 것도 간 혹 볼 수 있다.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고군분투도 모자라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남을 헐뜯고 무참하게 공격하여 희생시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뒤로 미루고 스펙 쌓기에 점철돼 가고 SNS에 자신의 잘남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이제는 자기의 가치를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대의를 중시할 줄 아는 겸손과 더 큰 목적을 위해 작은 욕망을 억누를 줄 아는 절재, 부와 명예의 수단으로써 직업이 아닌 천직으로서 소명의식과 헌신이 키워드가 되어가고 있다. 인간의 품격은 이 같은 가치의 실천 속에서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낮출수록 개인의 품격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어릴 때에는 천방지축이고 반항아적인 자세였다고 한다. 그는 어른이 되면서 스스로 화를 이겨낼 방법을 직접 고안해 내고 실행하여 차분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가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생기면 일기장에 그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다시는 펴보지 않거나 종이에 휘갈겨 쓴 다음에 구겨서 휴지통에 버렸다고 한다. 이를 반복하자 놀랍게도 감정을 수월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품격은 갈고닦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불평불만과 품격을 연결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불평불만은 사회적 통념상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치기 일쑤이다. 그저 조용히 묻어가는 것이 입을 달싹거려서 불평분자로 낙인찍히기보다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대체로 살아가면서 자기 뜻에 부합되지 않으면 평가를 하게 되고 불평을 드러내놓기 때문에 “제발 품격을 지켜라”한다. 적당한 불평은 개인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촉매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
요즘 우리들의 라이프스타일 이 변해가고 있다. 이웃은 점점 사라지고 홀로 사는 가옥이 많아지면서 더욱더 품격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생활주거공간의 다변화로 원룸세대의 증가와 사회적인 가치와 통념을 무시해 버리는 품격 없는 이웃들이 환경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공동체 생활에서 지켜야 할 질서의식과 규범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편리를 찾는 품격 없는 이웃들로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통에 아무거나 넣어버리고 음식물수거통에는 비닐까지 함께 버리는가 하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워 다른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 등이며 차를 운전하면서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제멋대로 끼어들기 차선변경 회전하기는 정말 몰상식한 행동들이다. 품격이 없는 사람을 몰상식하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자기 부하직원들을 마치 하인 다루듯 하고 말도 짧게 하는 품격 없는 관리자들이 있다. 회사 내에서는 알맞은 호칭과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부하직원이라도 직위에 알맞은 책임이나 권위를 무시하고 인격에까지 상처를 입히는 막말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언어는 품격을 넘어 인격을 좌우한다. 정확한 언어에 어휘와 화술의 사용은 훨씬 깊이 있는 품격을 드러낼 수 있다. 진짜 품위 있는 사람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그 사람의 됨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말의 품격, 성품의 품격, 옷차림의 품격 등 요즘은 품격전성시대라 했는데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멀기만 하다. 품격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고급차를 타고 고급 백에 사치스러움이 아니라 그 이상의 조건들을 담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품격을 담고 품위를 담기는 과분한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21세기는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인 융복합시대라고 말한다. 이제 기업들도 품질경쟁이 아닌 품격경쟁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자기 기업의 제품을 쓸 수밖에 없도록 더욱 좋은 품질서비스의 제공으로 독특한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문자와 메시지, 비대면 서비스 등의 확대로 사람들이 홀로 살아가는 모양이 늘어나는 시대이다. 배달 앱과 콜택시 앱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집 앞까지 원하는 것을 척척 보내주고, 문자메시지와 메신저 앱으로 웬만한 업무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같은 때 오히려 사람들과 말을 하고 품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동떨어진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이제는 물질적인 여유가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가 있어야 우리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품격을 갖출 수 있다. 하늘을 두려워하고 도덕적 가치를 담는 사람으로써 도리를 다할 때,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삶에 임해야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품격이 영혼 안에서 자라나게 된다는 것이다.
나 위주로 판단하지 않고 타인을 위하는 경청의 자세. 자신의 불만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해소하지 않는 태도, 예의 없는 자들에게 웃음과 재치로 맞서는 기술, 자신을 지키면서 사회의 변화를 추동(推動)하는 실천이 모이면 불만에 품격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평가 절하되어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의기소침하지 않고 어떠한 어려움도 긍정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꿈이라도 뜨겁게 응원해 주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힘차게 손뼉 쳐 주라. 나쁜 일은 빨리 잊고 질투심으로 마음 상하고 건강 망치지 마라.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기쁜 소식에 맞장구쳐 주라. 그리고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품격을 유지하라. 물론 처음부터 이 모든 사항을 동시에 고려하기는 어렵겠지만 품격에 익숙해지면 좋은 무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리더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모든 조직은 리더가 어떤 존재이냐에 따라 그 조직의 명운이 갈린다고 한다. 품격 있는 리더하나가 전체 조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느냐는 불을 보듯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는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품격을 이야기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습니다.”라는 긍정의 힘을 길러가는 것도 큰 덕목 중에 하나일 것이다.
10년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전 미국대통령 엘고어는 “물질적 풍요가 역사상 최고에 이르렀지만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의 수는 역시 최고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품격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품격, 이제 삶은 더 다양해지고 품격이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