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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재 이진주 Oct 24. 2024

공정과 공평은 가능할까?

초심을 잃지 않고 감사로 사는 길

아침저녁으로 간간히 서늘한 기운이 밀려온다. 한낮으론 아직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을이 들판을 누렇게 물들이고 마트에는 어느새 빨간 홍로가 빛깔 좋게 쌓여 쇼핑객들의 눈길을 끈다.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24 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인 백로가 지났다. 본격적으로 가을추수기가 다가왔고 곳곳에서 지역 가을축제가 열린다고 예고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직장인들에게 강의를 위해 강단에 섰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왠지 굳어있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교육강의란 피교육자가 항상 불편한 자리인 듯하다.

피교육자들은 늘 그렇다. 회사가 늘 불공정하고 불편부당하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 자기의 의견을 접근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도 때로는 같은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선임관리자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을 뿐이다.

직원들은 늘 똑같은 일과를 보내면서도 무언가 자기는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고 다른 동료보다 저급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고 있는 일도, 급여도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직원들은 처음에 회사에 입사할 때 마음먹었던 생각은 채 1년도 가지 않는 것 같다. 나는 회사에서 한 권역을 대표하여 책임관리를 하며 직원교육과 근무평가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위치에 있다. 맡겨진 권한과 책임의식이 업무전반에 걸쳐 작용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각 지점에 인원 결원이 발생할 경우 직원채용에 관여하고 최후 면접관이 된다. 신규직원을 면접할 때 상대에게 “나는 무엇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지”에 묻고 답을 구한다. 보통은 똑같은 대답을 하게 된다. “네 저는 채용만 된다면 회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맡겨주신 일에 성실하게 임하겠으며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자신감 있게 대답한다. 피면접자는 내 앞에서 예의를 갖추어 앉고 긴장된 표정으로 묻는 질문에 간결하게 답한다. 첫인상은 좋아 보인다. 면접 평점을 후하게 주고 결과를 기다리라고 한 후 돌려보낸다. 이 사람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면접장에 나왔고 꼭 취업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가 보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채용하고 인턴쉽을 마치고 자리에 배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후회가 밀려온다. 매번 겪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또 한 번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채용 후 1년이 되기 전에 완전히 돌변하기 때문이다. 처음 면접 볼 때 그 자세와 마음가짐은 어디론가 금세 사라졌다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용어로 퍼스트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인상에 대한 한 실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닻 내리기 효과>라는 실험이 있는데 사람들이 값을 추정할 때 초기 값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 접한 정보를 기준으로 삼고 이후의 정보들을 판단하는 심리적 오류라고도 하는 심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두 실험군에 제시하고 5초 이내에 답하라고 하였다. 답은 전혀 다르게 나왔다.

(가) 1 ×2 ×3 ×4 ×5 ×6 ×7 ×8=?

(나) 8 ×7 ×6 ×5 ×4 ×3 ×2 ×1=?

이렇게 문제를 내면 (가)의 경우 대체로 적은 숫자를, (나)의 경우는 대체로 높은 숫자를 답하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5초 안에 정확한 답을 내기란 어려웠기 때문에 추정 값을 요구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닻 내리기 효과>라 하는데 사람의 첫인상에서 그 사람의 60% 이상을 결정된다고 한다.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인상에서 호감을 결정하는 것은 4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는 직원들의 채용 면접 때 첫인상을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첫인상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전혀 틀리지만은 않다는 것도 조금은 인정하게 된다. 정기적인 교육시간이나 개인적인 만남 때에 처음 그를 만났을 때의 기억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면서 변해있는 직원의 현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직원은 겸연쩍어하기도 하지만 어떤 직원은 언제 그랬느냐는 태도로 뻔뻔한 직원도 있다. 

무엇이 그들로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감정의 동물인 사람은 원래 변한다고 하더니 그런 것인가? 직장에 출근하여 일에 적응하다 보면 타회사와 비교하게 되고 왠지 자기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회사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이고 이기주의적으로 변하게 되는 욕심이 작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닌데 대체적으로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처럼>이라는 말이 참 좋다. 처음사랑은 순전하고 처음직장은 꿈으로 가득 차고, 처음관계는 열정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처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신선하고 희망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힘들고 지칠 때,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삶이 힘든 세상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요즘 세간에 제갈량의 3공(三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불공정하다고 느끼며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패배감에 집착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좌절과 포기라는 단어를 어깨에 무겁게 메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모른다.

3공은 공평(公平), 공정(公正), 공개(公開)를 이르는 말로 삼국시대의 제갈량의 이야기로 회자된다. 공평하지도 못하고 공정하지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스스로 “을”이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느 날 모 종편 방송에서 “우리 사회는 공평한가?”를 주제로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방청객에는 젊은 청년대학생들로 채워져 있었고 내로라하는 사회지식인 패널들이 “갑”과 “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 사회에 “갑”과 “을”이 존재하느냐는 설문에 대부분이 “그렇다”라고 대답했다는 자료를 공개하고 그렇다면 자신은 갑과 을 중 어디냐는 질문에 80%가 “을”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갑”이 되고 누가 “을”이 되는 것일까?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합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상대를 좋아한다면 과연 누가“갑”인가?라는 질문에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을”이 된다고 한다.  한 방청객에게 “우리 사회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물으니 “그렇지 않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청년은 자기가 면접 보러 다닐 때와 지금 면접관의 입장이 바뀐 상황에서 바라볼 때 “공정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피면접자일 때는 자기가 “을”이었으나 면접관이 되어보니 “갑”이라는 생각에 면접을 볼 때 그의 능력보다는 첫인상에 호감도에 따라 기준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곧 개인의 능력보다 면접받는 태도나 풍겨지는 느낌에서 훨씬 많은 점수를 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불공정한 사례라고 말한다. 또 다른 청년은 “공정하다”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부여했다고 느끼며 개인의 노력이나 성취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정의 상징은 저울이다. 저울은 곧 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저울은 공정하다고 믿기에 저울을 신뢰한다. 법의 정신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공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의미로 저울을 든 여신을 법원의 상징으로 세워두었다. 저울을 표방하는 기관은 경찰과 세관의 상징물에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조직에서부터 직장과 모든 분야에서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중요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로서는 내가 “갑”이 되고 직장에서는 “을”이 된다고 한다. 어쩌면 “갑”과 “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때로는 갑이 되고 때로는 을이 될 수 있지만 갑과 을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다. 긍정의 힘을 믿고 주인의식을 갖는다면 언제나 “갑”이 되고 패배자이면서 피동적인 사람은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힘 있는 자가 “갑”이 되고 힘이 없는 자가 “을”이 된다면 우리는 항상 모든 일에 불공정하다고 느끼며 패배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하루도 이기심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존중과 배려로 채워 간다면 좀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바람도 있다. 

갑과 을을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만 갑질하지 않는 갑을은 오히려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갑질 폭력이 없고 존중과 배려가 먼저 되고 차별받지 않는 건강한 공동체인 정의로운 사회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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