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롭게 배우며 다짐해 본다.
며칠 동안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햇살이 창문을 밝게 열어 들어왔다.
맑은 공기는 신선했고 송홧가루도 비바람에 씻어진 아침, 기분이 상쾌했다.
가까운 건지산에 들어서니 편백나무 향기가 동화 속을 회상케 하듯 반겨 주었다. 청설모 두어 마리가 무언가를 물고 놀란 듯 나무 위를 빠르게 올라간다. 새소리가 즐겁고 풀과 나무는 초록초록하다.
운동을 하러 나온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많았다. 나도 조금 있으면 누군가 그들의 부류로 분류할 텐데 아직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길가에는 크로버 하얀 꽃이 만발했고 연분홍 오동나무꽃이 소리 내어 떨어진다. 수풀사이에서는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달콤한 향기를 뿌리고 있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건지산 숲길을 걸으며 나는 오늘도 사색의 긴 끈을 잡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잠시 나무밴치에 앉아서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며 닿을 수 없을 만큼 키가 큰 편백나무를 부러워했다.
언제나 곧은 자세로 반듯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해 주는 나무다.
늘 그 자리에 있지만 한 번도 삶을 원망하거나 환경을 따지지도 않는 듯 곧게 서서 온갖 풍상을 다 이겨내는 나무다. 이 나무를 보면서 나는 또 하나의 도전을 받는다.
항상 좋은 생각만을 하여서 인지 아프지도 않고 누구와 다투지도 않는다.
계절을 따라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맑은 공기를 내어 많은 사람들을 반겨 맞는다. 새들이 둥지를 틀게 가지를 벌려주고 청설모가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틈새로 파고드는 햇살을 나누고 끊임없이 다양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걸러서 순전히 부는 바람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오늘도 건지산 자연숲에서 작년에 그 자리에 있던 나무가 분명한데 올해는 새로운 모습으로 담아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전에 도서관에서 열리는 고전인문학 시간에 들어갔다.
약 20주에 걸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주역과 논어를 주로 강의를 듣게 된다.
한해 한해 나이는 들어가지만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공자님의 말씀을 좋아했기에 무엇이든 배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마침 동네 도서관에서 고전인문학 강의가 개설되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어 연초에 신청했고 강의를 듣고 있다.
벌써 두어 달을 매주 월요일마다 2시간씩 들어왔지만 역시나 어려운 과목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한두 번 들어서 알게 되는 과목이 아니라고 했으나 너무나 어렵다는 생각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 도서관을 찾았다.
논어에는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들과 삼가야 할 것 들에 대한 교훈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논어 학이편에서 처음 나오는 공자님의 유명한 이야기를 새삼 듣게 되어 눈이 번쩍 뛰었다. 평소에 알고 있고 좋아했던 글귀이기도 해서 나름 반가운 마음으로 선생님을 따라 읽어 보았다.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면 不亦說(悅)乎(불역열호)아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항상)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
有朋(유붕)이 自遠方來(자원방래) 면 不亦樂乎(불역락호)아
친구가 먼 곳으로부터 찾아온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하지 않는다면 君子가 아니겠는가.
나는 오래전 학창 시절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언제나 내가 무엇을 하여야 하고 어떤 인품을 지녀야 하는지에 기초로 삼고 살아왔다.
인생을 살면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그것을 선인들의 가르침에서 찾으려 했던 나는 인문계열이 체질에 맞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전을 주로 읽고 역사를 즐겨 탐구하는 경향을 갖게 되면서 항상 사람으로서 도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필히 사람다워야 하고 사람의 도리를 다 하여야 한다는 가치기준을 중요하게 여겼다. 도덕과 윤리, 바른생활과 덕을 쌓는 일에는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소신껏 지키고 싶은 네 가지가 있었다. 바로 존중과 배려, 신뢰와 섬김이 그것이다.
요즘같이 개인이기주의와 지역이기주의, 내로남불과 안하무인격의 혼돈의 세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존경하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게 되었다.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반성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사람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들,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 양심 없는 사람들, 공동체 질서를 마음대로 훼손하는 사람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의리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졌다고 느낀다.
사람은 늘 배우지 않으면 도태되고 새롭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오래전 고전에서도 이야기했다. 오늘날 같이 살기 좋은 세상에서는 더더욱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 친구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겸손하여 존중할 줄 아는 군자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군자는 공자님께서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덕목이기도 하다. 군자는 도덕과 학문적 역량이 충분하여 신분을 추어주는 충효와 도덕의 본으로 삼으셨다고 했다.
논어를 더 깊이 상고하면 그 깊이에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니 쉽게 우리에게 소개되는 격언을 또 하나 적어보려고 한다.
논어에 군자삼계(君子三戒)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경계해야 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이 있다.
공자님께서 인생을 살면서 늘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세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그 내용을 다시 한번 마음에 담아보려고 한다.
첫째로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소지시 혈기미정 계지재색)이라고 했다.
이는 소싯적에는 혈기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는 시기로 과도하게 색을 탐닉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소홀히 여겼다가는 인생의 출발선에서 큰 화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계의 말씀이다.
둘째로 及基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급기장야 혈기방강 계지재투)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 장년이 되면 혈기가 왕성해지고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했다.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도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보면 오히려 자신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及基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급기노야 형기기쇠 계지재득)이라 했다.
나이 들어 노인이 되면 혈기가 쇠약해져서 마음으로 욕심이 많아지게 됨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노인이 되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마음대로 할 수 없기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욕심만 늘어난다고 했다.
이와 같이 호색과 명예와 탐욕은 우리들의 인생에서 꼭 삼가고 경계해야 할 일들을 오랜 고전을 통해 다시 새기고 다짐하게 되기를 기대해 보는 것이 오늘 새롭게 배우게 되는 가치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 경계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큰 화를 입게 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돈과 명예와 사랑을 찾아 일생동안 수많은 도전과 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예나 지금이나 우리들의 삶의 주변에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흔히 바라보게 된다.
나는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무언가 새로운 배움을 계속하고 그 가운데서 지혜를 구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아무도 원망하지 않으려고 한다. 작은 것이라도 탓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헛된 것을 바라며 살지 않으려 다짐해 본다.
고전에서 배우는 인문학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기계문명이 발달한 현재에서도 결코 바래지 않은 빛나는 학문임에 틀림없다고 믿는다.
배우지 않음에는 새로움이 없다. 그리고 얻고자 하는 것도 절대로 얻을 수 없다.
세상은 다양한 모티브를 가지고 변화하여도 사람의 도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 인생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고 나도 필요한 것을 공급받는 윈윈 하는 협력과 존중과 신뢰와 격려로 채워가야 할 것이다.
꼭 공정과 공평이 우선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강자는 약자 위에 군림하지 않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이득을 나누고 정당한 방법과 부정함이 없으면 희망이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이웃에 대한 배려와 분수를 알고 기본을 지켜간다면 우리의 인생은 고달픈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군자의 도를 지키고 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경계하며 살아간다면 분명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