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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야 May 05. 2024

필리핀에서 맞이하는 어린이날

필리핀 은퇴이민 생활기

필리핀에 은퇴이민 오면서 한국의 각종 공휴일이 별 의미가 없어지고 굳이 챙길 이유도 없었다.
심지어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도 지인들과 떡국과 송편을 만들어 먹거나 특별한 의미가 없이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필리핀에 정착한 지도 어느덧 10여 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젠 우리 집도 글로벌 게스트하우스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처음부터 우리 집 드라이버(Driver)로서 동고동락을 함께 해 왔던 로이(Roy)네 식구들에게 방을 하나 내주고 한 집에 같이 살게 되었다.


로이는 그동안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맡은 일을 성심성의껏 해왔고 기사로서의 일뿐만 아니라 집에 고장 난 부분이나 각종 수리를 도맡아 처리해 주는 믿음직한 일꾼이다. 월급을 올려줄 여력은 없으니 우리 집에 들어와 살면서 집안일을 봐주고, 그의 와이프도 주방일과 방청소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에 흔쾌히 오케이 하고는 들어와 산지 7개월째이다. 물론 방세나 전기세 수도세 등은 일절 받지 않고 생활을 하게 해 주었다. 본인들도 고마웠는지 내 일처럼 내 집처럼 알뜰하게 챙기고 보살피니 나도 역시 고마울 수밖에...

특히 민박집 또는 게스트하우스로 본격 운영을 하면서는 두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게스트가 오면 체크인을 받고 방 안내를 해주고, 체크아웃 후에는 방 청소 및 침구류 세탁, 침대 세팅 등을 다시 해야 한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우리 부부가 한국이나 해외여행을 나가도 알아서 척척 일을 해주니 더욱 믿음이 간다. 메트로 마닐라 지역에 사는 교민들은 아떼(housemaid)나 드라이버(driver)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속이 상해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우린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로이네 부부에게는 올해 6살 된 아들과 5살 된 딸이 있다.
아들을 임신했을 때 처음 만났는데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으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다. 두 아이들은 우리 집으로 이사 오면서 크고 넓은 집에 살게 되니 좋았겠지만 또래 친구들을 만나 놀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많이 심심해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엄마 아빠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고 잠시라도 엄마 아빠가 눈에 안 띄면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다. 한참 일하느라고 바쁜데 그러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아직 어린애들인데 어쩌랴~~~

요즘 5월은 이곳 필리핀의 모든 학교가 방학기간이라서 더더욱 집안에만 있으니 오죽 갑갑하겠는가 싶어서 이번 어린이날을 맞아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로이부부가 열심히 일을 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감사의 표시를 하고도 싶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를 해서 라구나에 있는 온천수영장으로 놀러 가기로 하였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신경이 좀 쓰이지만 아침을 먹고 8시 반경에 출발하여 저녁시간 전에 돌아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필리핀에는 어린이날이란 게 아예 없으니 로이부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의향을 물으니 당연히 좋단다 ㅋㅋㅋ


라구나 가는 길은 의외로 한산하고 뻥 뚫려있어서 1시간 반 만에 도착하였다.
수영장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아이들이 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한판 놀고 와서는 집에서 준비해 간 김밥을 아점(아침과 점심사이 식사)으로 먹고, 다시 큰 풀장에서 수영을 하고 슬라이드를 타고 놀다가 돌아오니 어느새 로이가 삼겹살을 꺼내어 숯불에 굽고 있었다.
얼마나 맛있던지요??? ~^^

실컷 놀다가 오후 4시경에 출발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 모두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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