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언제부터인가 내 주머니엔 지갑이 없다.
한때 내 지갑에는 지폐, 사진, 신용카드, 신분증, 복권등.
이렇게 다양하게 나의 삶을 책임져주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대체하는 것들이 생겨나면서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갔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보고 느끼는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
당연히 편리함이 주는 생활은 만족스럽다.
다만 이따금씩 지갑을 열어보며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의 얽힌 기억들이 생각나면서도
여전히 그것들을 다시 내 삶에 들여도 되는지
아직도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내 옆에 두고 기다리고 있다.
다시 나의 주머니에 들어올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