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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잘하는 것은, 삶을 잘 사는 것

하지만 선택을 두려워하지는 말자.

by 윤영

'괜찮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괜찮아...'


토요일 오전에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올해 사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키포(keepaw)'


키포는 Keep(지키다) + Paw(발톱)의 합성어로, 강아지의 발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주요 품목은 강아지 신발이며, 올해 두 번째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강아지는 원래 신발을 신게끔 태어난 동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신발이 필요한 이유는 단 하나. 인간과 강아지가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아지와 인간이 한 집에서 살게 되면서 산책을 하고 돌아온 강아지는 물티슈나 물로 발을 닦이게 되었다. 잦은 발 세척은 건조함, 또는 습진을 유발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발이 가려워서 핥는 (일명 발사탕) 강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강아지가 발을 핥는 것을 보면 "하지 마!" 하고 혼내지만, 정작 그것을 못하게 할 방법은 없다. 본인이 가려울 때 누가 긁지 못하게 하면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인간은 종종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잊는다.


눈 온 뒤 뿌려진 염화칼슘, 뜨거운 아스팔트 화상도 강아지 발바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 모든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에게 신발을 신겨야 한다는 발상은 분명 인간의 욕심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강아지에게 신발을 신겨야 한다면 -꼭 그래야 한다면- 인간의 입장에서가 아닌, 강아지 입장에서 만든 신발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신발을 찾으러 다녔으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기에 스스로 강아지의 발 구조를 연구해서 그녀의 예민한 강아지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었다. 첫 샘플 제작에만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첫 번째 디자인은 마음에 100% 들지 않았다. 신발을 신기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강아지 신발은 강아지도 편해야 하지만, 그것을 신기는 인간도 편해야 했다. 매일 강아지 신발만 생각하며 만든 두 번째 샘플. 확실히 신기는 데 드는 시간이 단축되었고 그녀는 드디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게 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 기대로 샘플 제작과 제품 생산에 드는 비용, 출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거쳐야 할 새로운 사람들을 인내할 수 있었다.


강아지 신발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지 딱 12개월 차가 되는 겨울. 2차 생산된 신발 중 한 족을 자신의 강아지에게 신기는 순간,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발목을 고정시키는 벨크로의 길이를 너무 짧게 줄인 탓에 고리에 걸려 있어야 할 벨크로가 자꾸 빠지는 것이다. 불편한 것에 민감하고, 아주 아주 편한 것을 추구하는 본인의 성향 덕분(?)에 이 제품은 이대로 출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제품 출시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토요일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괜찮아.'


그리고 바로 두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1) 집에 있는 미싱기로 벨크로를 연장한다.

2) 공장 사장님에게 얘기해서 외주를 맡긴다.


현명한 사람은 선택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이라면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할 수만은 없다. 시간에 쫓긴다면 더더욱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곁에 현명한 사람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공장 사장님에게 먼저 연락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그날(은 토요일이었으나) 아침에 바로 공장으로 가서 수정할 부분을 설명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자신이 맡은 일은 타인의 일이라도 자기의 일처럼 고민하는 사장님은 주말에도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자를 섭외해서 꼬박 13시간 만에 약 1천 여족 신발의 벨크로를 모두 연장해 주셨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의 디자인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상상했던 것만큼 완벽하진 않았지만...



이 일을 통해 그녀는 깨달은 바가 있다.


1) 샘플이 완벽하게 만들어졌을 때 생산할 것

->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2) 처음에 생각한 대로 할 것

-> 정말 중요다고 생각한 부분에서는 고집을 꺾지 말 것

3) 처음에 생각했던 바대로 하지 않아도 될 것

-> 전문가, 기술자, 또는 가까운 이의 말을 들을 필요도 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한다.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기에 선택 앞에서 주저하다 아예 선택을 포기하기도 한다. 선택을 잘하는 확률, 그러니까 타율이 좋다면 스스로를 현명한 사람이라고 칭찬해도 좋겠다.


하지만 언제라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잘한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있다.


1. 지금

2. 내가

3.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하는 것이다.

선택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하물며 음식물 쓰레기통도 2L와 3L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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