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독서 모임 진행은 어떻게 해요?"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자 하는 분들께서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나는 '별마당 사람들' 독서 모임을총 두 시간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적당한 에너지를 쓰면서 모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인원은 6~7명. 지금까지 진행해 본 바로는 일곱 명 전원이 참석했을 때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다. 모든 사람이 균등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만족도가 높을 텐데, 그렇다고 모두가 활발하게 이야기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하고 계신지 듣고 싶어 왔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이 지난 후까지도 머뭇거리면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충분히 여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인원은 다섯 명이지만, 취소 인원까지 감안한다면 6~7명을 추천한다. 모임장이 처음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눈과 눈을 마주치며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한 시간 후에는 분명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 것이다.
모임 시작 이틀 전에 참가자분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낸다.'책과 관련된 질문 한 개와 좋았던 문구 하나를 준비해 주세요.' 이틀 전에 보내는 이유는 너무 일찍 보내면 참가자들이 잊어버리고 준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모임 날짜에 임박해서 보내면 참가자들이 당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 중에서는 미리부터 책을 읽은 사람보다는 데드라인에 맞춰서 읽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틀 혹은 삼 일 전에 질문을 준비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독서 모임의 첫 한 시간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자기소개
2. 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말하기
3.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 (책에 대한 평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4. 책과 관련하여 모임장이 준비한 질문 3~4개
위는 대략적인 진행 과정이고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바꿀 수 있으면 더 좋다. 매번 일관된 순서로 진행을 하면 자주 참석하는 사람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진행자 역시 반복되는 패턴으로 타성에 젖기 쉬우므로 대화 도중에 나오는 이야깃거리를 포착해서 흐름에 맞게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첫 한 시간이 지나면 다음은 참가자들이 준비한 질문으로 채운다. 질문을 미리 준비하도록 하는 이유는 질문을 통해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책과 관련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대화가 책의 내용으로부터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나를 아는 것이 독서 모임의 목적이기는 하지만, 책과 무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 흥미와 목적성이 상실된다. 독서 모임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은 모임의 지속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질문은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나아가 더 괜찮은 하루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며칠 전 '모모' 독서 모임에서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최소한으로 쓸 수 있다면, 그 시간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짧은 시간 생각하고 대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대답을 할 수도 있지만, 반면 더 몰입해서 진실한 대답을 할 수도 있다. 나의 대답은 '한 시간, 그리고 글쓰기'였다. 그 대답은 '매일 한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그 시간을 글쓰기에 활용하면 되겠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그것을 행동으로 하고 있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질문과 대답을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깨달은 것은 꼭 행동으로 옮겨야만 성장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살면 되겠네!'라고 깨달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이런 깨달음의 순간들을 자주 맞닥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다른 통로가 보이지 않는다면, 성장을 원하고 있다면, 독서 모임이 내가 찾는 질문에 해답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