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면 어제의 피로와 상념은 저절로 걷히고, 마음은 다시 새롭게 정돈된다. 어제의 잔상이 오늘까지 힘들게도 하지만 예외로 한다. 아침이면 에너지가 충전되어 의욕과 기대가 생긴다. 아침은 다짐의 시간이고 계획의 시간이다.
살면서 스스로 피하고 싶은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술, 담배, 밀가루 음식, TV, 게임 등 사람마다 줄이거나 하지 않으려는 일들이 있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는 오늘은 술을 절대 먹지 않는다고 다짐한다. 심지어 술을 끊겠다는 다짐도 쉽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듯이 이 다짐은 거의 실패한다. 다짐은 오전 천하로 끝난다.
흡연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금연을 꿈꾼다. 몇 까치 안 핀 담배와 라이터를 수도 없이 버렸다. 그래도 여전히 새 담배와 라이터가 주머니에 들어있다. 아침에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담배와 라이터를 두고 출근한다. 오전은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버틴다. 점심 먹고는 욕구가 확 올라온다. 그래도 견뎌본다. 그러다 누군가 심기를 건드리면 이때가 기회다 하며 담배와 라이터를 새로 사서 피운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듯이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를 내뿜고 먼 하늘을 바라본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밀가루 음식을 줄이려는 사람이 많다. 빵, 국수, 라면 등 밀가루 음식은 뇌를 자극한다. 빵집을 지나면 구수한 빵 냄새에 숨을 깊게 들어마시며 빵 냄새를 세포 깊숙이 채워 넣고 싶어진다. 아침에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식사 시간에 면 음식을 시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심장이 빨라진다.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안 먹으면 되지’라는 작은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린다. 저녁이 되면 다짐은 너덜너덜해진다. 몸은 지치고, 에너지고 바닥이다. 뭔가 채워야 살 것 같다. 이때 최고는 탄수화물이다. 달달하면 금상첨화다. 참았던 밀가루는 빵, 국수, 과자, 라면의 모습으로 나를 잠식한다.
TV와 게임에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은 그때는 재밌지만 줄이고 싶은 마음이 늘상이다. 아침이 되면 TV와 게임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줄이겠다고 다짐한다. 이 마음은 집에 돌아오기까지 잘 지켜진다. 저녁을 먹고 나면 TV를 보고 싶은 마음, 게임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침의 다짐은 욕구의 안개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원칙이 필요하다.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반복이 필요하다. 아침에는 에너지가 차 의지가 강하다. 다짐하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아침에는 이성의 힘이 강해 자신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린다. 저녁은 에너지가 바닥난다. 의지는 사그라지고 다짐은 희미해진다. 이때는 몸의 언어가 지배한다. 몸이 하고 싶은 대로, 지금껏 해 오던 것을 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아침의 다짐은 저녁이 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아침의 다짐이 저녁까지 이어지려면 의도적인 실천이 따라야 한다. 저녁이 되면 올라오는 몸의 언어를 뒤로 하고 아침에 했던 다짐을 기억해 낸다. 아침의 다짐과 저녁의 몸 언어가 만나면 생각을 멈추고 자동적으로 아침의 다짐을 따라야 한다.
저녁에 술, 게임, 밀가루 음식의 욕구가 올라오면 아침의 다짐을 떠 올린다. 이때 판단하거나 견주려 하지 말고 아침의 다짐을 무조건 따른다. 저녁의 판단은 합리화의 성격이 강하다. 몸의 언어가 지배할 때 아침의 다짐으로 대적하려고 하면 백전백패다. 저녁이 되면 아침의 다짐을 떠올리는 연습을 하고 비교하려는 마음을 차단하고 다짐의 실천으로 직행해야 한다.
아침 다짐이 저녁까지 힘을 발휘하려면 저녁이 되기까지 틈틈이 소환해야 한다. 되뇌기가 큰 힘이 된다. 되뇐 횟수가 많을수록 저녁까지 선명하게 남는다.
“오늘은 결단코 술을 먹지 않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게임을 하지 않는다”, “오늘은 밀가루 안 먹는 날이다” 어떤 다짐이든 명료한 문장으로 만들어 개와 늑대의 시간이 오기까지 반복하고 되뇌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아침의 다짐이 저녁의 욕구를 이기는 하루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