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별보다 새벽별이 더 반짝이네요
7월 발령 후 동네주민들과 얼굴도 익히고 조금 친해졌을 무렵, 나는 그분들과 왜 친해져야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바로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분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면민들은 풀과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자고 나면 자라 있는 풀을 보는 것이 징그럽다고 한다. 비 오고 난 뒤에는 부쩍 자라 있는 풀을 보는 것은 무섭기까지 하다고 한다. 도로옆에, 인도옆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주민들과 일정을 조율해서 제초작업을 한다. 문제는 그 작업을 새벽에 하는 것이다.
네? 5시 30분에 면사무소에서 모이신다고요? 그때도 해가 뜨나요?
시골 사람들은 뜨거운 한낮은 피해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다. 제초작업도 그렇다. 일찍 제초작업을 하고 그분들은 또 본인들의 일을 하러 가야 한다.
5시 30분에 사무실로 출근하려면 씻는 시간과 이동 시간을 계산해서 4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공무원 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는 일은 선거 사무원할 때뿐이었는데, 제초작업으로 4시에 일어나야 하다니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첫 제초작업을 하는 전날 밤엔 알람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잠을 설쳤다. 남편에게도 알람을 맞추라고 하고 혹시나 내가 일어나지 못하면 깨워달라는 부탁을 한 터였다. 내가 출근하지 못하면, 제초작업을 위한 장갑, 쓰레기봉지, 집게 등 장비를 꺼내줄 사람이 없다. (그 당시 담당직원이 결원상태라 내가 대행을 했다.)
밤 12시보다 더 어두운 새벽에 집을 나선다. 맞은편 아파트에 불 켜진 집이 두세 군데 보인다. 하늘에 별도 보인다. 심지어 도로의 신호등조차 점멸신호로 바뀌는 쉬는 시간이다.
새벽 5시.
한낮의 뜨거운 열기도 밤 사이 식고, 제법 시원한 시간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라디오를 켠다. 누군가는 열심히 자고 있을 시간에도 라디오가 진행되는구나 새삼 생각한다. 진행자의 멘트대로 새벽을 여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한가한 도로를 달린다.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새벽 출근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2~3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제초작업은 나를 폐인으로 만들었다.
그 해 여름, 나는 처서 매직을 간절히 기다렸다. 면에서 근무하지 안았다면 절대 몰랐을 24 절기 중 하나, '처서'. 처서부터는 잡초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모기도 입이 비틀어진다는 그 위대한 '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