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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곰님 Sep 27. 2024

그래도 부면장

분주하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6개월

내가 그렇게 거부하는 부면장 자리도 좋은 점이 있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주민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를 엄청 챙겨준다는 것이다.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접받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시골 특성상 단체장의 집들이나 초복, 중복 혹은 동네 대동계 때 마을에 가서 점심을 먹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물론 면장님 다음이지만. 마을에 가면 아무래도 그 간 열심히 인사한 덕분에 아는 분들이 꼭 있다. 그분들을 면사무소가 아닌 동네에서 만나면 더 반갑기도 하고 나를 살뜰히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부면장님, 많이 드세요. 머 부족한 거 없어요? 이것 좀 더 드세요"

"부면장님 왜 이리 늦게 오셨어요. 얼른 와서 드세요"


한 번은 총각무를 담갔다며 가져가서 먹으라는 전화를 받았다. 직장 다니면서 반찬 하기 힘들다는 격려와 함께. 나는 한사코 거절하며 다른 분을 드리라고 했으나, 전 부면장님은 맛있게 먹었다며 지금은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그분에게도 전달해 달라고 하셨다.


나는 배달의 의무와 함께 내 몫의 총각무를 가져와서 먹었다. 평소 손이 크신 그분은 양도 엄청 많이 주셨다. 거절했으면 억울했을만큼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다. 나는 보답으로 그 분 댁 집 앞에 음료수 등 간식거리를 갖다 놓는 것으로 보답했다.


시골 인심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면사무소에 오셔서 나에게 다양한 민원을 말씀하실 때는 불편했는데, 당신 자식들에게 하듯 나를 정겹게 대해 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비록 6개월 만에 부면장 자리를 그만두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분들을 만나고 있다. 아직도 나를 부면장이라 부르는 분들이 면사무소로 들어오시면 출입문에서 제일 먼 자리에 있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러 간다. 


"회장님, 오셨어요! 제 얼굴 보러 오신거에요?"


라는 농담섞인 인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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