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8

by 포근한 바람

그 또래 부모가 대부분 그랬듯이 그의 남편도 이따금 아이들을 때리곤 했다. 특히 시키는 대로 잘 따르지도 않으면서 매를 들어도 절대로 잘못했단 소리를 하지 않아 자라는 동안 꽤나 모진 매질을 당하곤 했던 자식이 나다. 때리려면 때리시오, 란 태도로 일관하는 자식이 내가 생각해도 얄미운 데가 있었으리라 싶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말대꾸도 늘어서 어느 날엔가 분노에 찬 그가 많은 딸들이 자라는 동안 한 번쯤은 들었다는 그 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너도 나같이 당해봐라."

란 말을 뱉고야 말았으니.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일단은 결혼도 안 할 거고 아이도 안 낳을 거라 그 말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설혹 아이를 낳아도 나는 엄마처럼 아이를 키우지는 않을 거니 그 아이는 나처럼 굴지는 않을 거라고 마음으로 답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의 예언에 따르면 연애도 못할 거고 결혼을 해도 저 같은 아이 만나 속깨나 끓이고 살아야 했을 그의 맏딸은 스무 살에 남자친구를 만나더니 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다. 그의 맏딸은 정말로 그 엄마와 같지 않아서 따악 딸 하나만 낳아 애지중지하며 그때까지 알던 이들 대부분이 네가 그렇게 아이를 키울지 몰랐다 할 만큼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아이 말에 귀 기울이는 엄마로 살았다.


그리고 그의 예언과는 달리 엄마를 닮지 않은 나의 딸은 비틀린 데 없이 꼬인 데 없이 자기 속 불편하단 이유로 남에게 모진 소리 하는 일 없이 그렇지만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정리하여 글로 쓰거나 말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그의 저주에 가까운 저 말을 맘에 품고서 나의 아이는 나보다 나은 사람으로 키우리라 노력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나름의 개성과 능력을 가진 성인이 된 딸을 볼 때마다 세상에 없는 그에게 으쓱한 마음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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