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13

by 포근한 바람

그는 30대부터 염색을 해야 할 정도로 새치가 많았다. 새치가 우성 유전인지 그의 아이들 모두 10대 때부터 뒷머리 쪽에 새치가 있었다. 아부지는 상대적으로 머리가 늦게 세었는데 그것도 다른 가족들처럼 흰머리가 여기저기 몰아나지 않고 전체적으로 검은 머리카락과 비슷한 비율로 나서 팔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아부지는 너무 새하얗지는 않은 머리색을 유지하고 있다. 육십 대에는 검은빛이 많이 도는 회색으로 보였다가 요즘엔 흰머리카락의 비율이 많아져 머리 전체가 연회색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마도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였을 때인데 그때부터 이미 기술의 도움으로 신체를 바꾸는 데에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그가 굳이 멀쩡한 머리를 검은색으로 다시 물들이는 데 대해 매우 못마땅해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가족 모두가 그의 새치 염색을 반대해서 결국 그가 눈물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엄마를 닮아 눈에 잘 띄는 관자놀이부터 누가 보면 흰색으로 브릿지를 했냐고 할 정도로 흰 머리가 몰아나기 시작한 게 서른 중반 무렵. 한동안 그냥저냥 버티다가 검은색으로 염색을 시작하고부터 그에게 염색을 하지 말라고 완고하게 말하던 그 무렵이 생각나곤 한다.


그는 싼 염색약을 사다 집에서 염색을 하곤 했는데, 그래서 자주 머리가 헐곤 하기도 했다. 염색약이 눈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어서였기도 하고 그가 염색약으로 인해 머리 피부에 손상을 입기도 했기 때문에 엄마를 위해서란 명분도 세울 수는 있었으나, 그때 그 나이에 굳이 그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강하게 이야기한 까닭은 어쩌면 그 무렵 이미 그와 수시로 충돌하며 그에 대해 갖게 된 서운함, 아쉬움, 원망 같은 감정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복수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돌이켜 보게 되기도 한다.

20211121_114444.jpg


keyword
이전 12화그 100일의 기록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