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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부

토지매매

by 꾸니왕 Dec 05. 2024
 우리는 받아서 삶을 꾸려나가고,
주면서 인생을 꾸며 나간다.

-윈스턴 처칠-

 

 “어서오......”

 땡그랑 사무실 문이 열린다.

 문 쪽으로 쳐다보며 인사를 하려는데 바깥공기와 함께 익숙한 냄새가 같이 들어온다.


 “친구야~~모 하노?”

 “니 생각하고 있었다. 뭉디야”

 40년 친구다.

 초등학교 아니지 국민학교 입학하고 쭉 같이 다녔다.

 알아서 커피 타고 다리 꼬고 소파에 앉는다.

 눕는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신경 안 쓰고 내 할 일 한다.

 뭔가가 찝찝하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마!! 니 오늘 회사 안 갔나?”


 우리가 아직 퇴직할 나이는 아니다.

 “때려치웠다.”

 “지랄은~”

 공기업 다니는 놈이다.

 우리 친구들은 그놈을 신기해했다.

 공부도 못했지 뭐 특별한 게 없다.

 어찌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연차 썼다. 내 오늘부터 쭉 논다. 오늘부터 니랑 쭉 달리려고”

 그러려니 했다.

 마흔 살인가부터 정말 가정적인 놈이 되어 버렸다.

 자기 말은 늙어서 밥 얻어먹으려면 지금부터 잘해야 한다고 항상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너나 잘하세요'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친구의 선택을 지금은 다들 부러워한다.


 “가자~ 손님도 안 오는데 바쁜척하지 말고”

 “일해야 한다. 바쁘다”

 말을 하면서도 못 이기는 척 끌러나간다.


 “타라~”

 “모르겠다. 가자~”

 

 “근데 어디 가노? 술 묵으러 가는 거 아니가?”

 “아 이놈 이거 낮술 좋아 하제.”

 

 “지는...”

 더 말 안 해도 알 거다.

 자기 때문에 내가 낮술을 먹는 거 마누라님이 통금시간을 줘서 일찍 가야 한다고. 꼭 토요일 낮에 한잔한다.

 ‘나는 모르겠다.’ 생각하고 블로그를 열심히 보며 공감 누르고 댓글을 달고 혼자 열심히 했다.


 내비게이션 아가씨가 

 “요금 0천0원이 정산되었습니다”라는 소리에 두리번거린다..

 ‘안동’이다.

 내가 아는 경북 안동이란 말인가?

 우린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부른다.

 ♪♪바람에 날려버린  ♬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시간을 보니 1시간 30분은 지난듯하다. 멀리도 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들어간다.


 뭐지 내리라고 한다.

 “친구야 재능기부 좀 해라.”

 “뭔 소리고?”


 “어떻노? 우리 마눌님이 장모님하고 땅 사서 집 지으려고 며칠을 다녀가고 선택할 땅이단다.”

 뭐지 이놈 왜 나한테 의뢰 안 하고 이런 평가를 하라노.

 사실 부탁했어도 근처 부동산 가라 했을 거다.


 “이럴 거면 아는 감정 평가사 소개해 줄까? 근데 왜 안동이고?”

 “우리 마누라님 대구 사람인 거 잊었나?”

 (아 그렇다. 대구 사람이지)

 

 습관적으로 돌아본다.

 남쪽이 어딘지 이리저리 주변 집들도 보고, 조용하고 너무 좋았다.

 어디서 알아봤는지 대단하다.

 “내가 니 하고 몇 번 댕겨봐서 꼼꼼하게 봤다. 이것저것 다 알아봤다.”

 목소리 톤이 커졌다.


 “좋네. 근데 얼마고?”

 “평당 50”

 대충 생각해 본다.

 사실 시세는 잘 모른다.

 그래도 토목하고 이리저리 나가도 괜찮은 금액이라 생각한다.


 앗! 그렇다.

 평이라는 단위는 사용 금지다.

 일본식 넓이 단위다고 한다.

 세계 공통 단위 제곱미터(㎡)를 써야 한다.

 중개사님들이 잘못 광고하면 과태료다.


 “몇 평이고?”

 “200평. 정확하게는 202평”

 “그렇게 안 커 보이는데 따라와 봐라.”

 나는 동네를 돌아본다.

 몇 가구가 없다.

 아직 밭들도 꽤 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뭐 캐는 교?”

 조금만 올라가니 할머니 한 분이 밭에 있다.

 누가 봐도 냉이 캐고 있는데, 나는 모르는 척하고 물어본다.

 “어디서 왔습니껴?”

 “부산에서 여기 땅 사서 집 지어 볼까 해서 왔습니데.”

 나는 좀 더 정겹게 이야기한다.


 “할매! 할매 땅인교?”

 “내 땅이지. 저기 저 소낭구까지가 내 땅이다.”

 ‘소낭구?’ 대충 소나무인 거 같다.


 “아따 땅 넓고 좋네요. 몇 평이나 되는교?”

 “한 200평쯤 될 게다.”


 “그래 예, 좋네! 예 할매 많이 캐시소 다음에 또 들릴게요.”

 “젊은 놈이 참 미깔스럽네”이러는 거다.

 나는 칭찬인 줄 알고 인사하고 돌아섰다.


 “뭔 말이고? 미깔스럽다가?”

 “니보고 밉상이란다”

 뒤통수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봐라. 이 땅하고 저 할매 땅하고 니가 봐도 차이 크게 나제?”

 “그렇네!”


 “단디 알아보고 주인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고 측량했는지, 몇 평 정도는 괜찮지만, 많이 차이나면 지금은 평당 50인데 나중에 집 짓고 하면 평당가격 올라가면 손해가 크다.

매매하려면 측량하던지 아니면 특약사항에 기재해라. 매도인도 모르고 있을 수 있으니 기재하면 나중에 측량하면 돌려줄 거다.”


 그렇다.

 우리는 흔히 토지매매는 필지 매매다.

 필지 매매는 추후 실평수가 작을 때 돌려받거나 하기가 힘들다.

 추후 분쟁이 많다.

 그걸 줄이기 위해 특약에 기재하는 거다.

 나는 개인적으로 토지는 수량매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토지는 아직도 실평수랑 등기부상 평수랑은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추후 분쟁을 맡기 위해서는 수량 매매가 바르다고 본다


수량매매는 쉽게 말해서 사과 1개 2000원, 그래서 5개를 사서 1만원을 줬는데,
집에 와서 보니 4개 밖에 없으면, 한 개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필지매매는 같은 사과를 사과 한 박스에 2만원이라고 해서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박스 안에는
9개 밖에 없어도, 1개 가격을 돌려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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