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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눈물

중개수수료

by 꾸니왕 Dec 19. 2024
 눈물은 목소리가 없는 슬픔의 언어다.

-볼테-

 

 “남자가 어찌 저리 잘 우는지”

 “울긴 누가 울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물 자국이 너무 깊다.

 그렇다.

 나도 모르게 요즈음 자주 운다.


 어떻게 됐는지 드라마‘고려거란전쟁’ 보고 울었다.

 ‘사나이는 평생 세 번 운다’ 누가 자꾸 이런 말을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아마 눈물이 잘 안 나오는 인간이 만들었을 거다.)


 자기 사전에 불가능이 없다고 말한 프랑스 최고의 영웅‘나폴레옹’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일곱 번 읽었는데 일곱 번을 울었다고 했다.

 나는 그 책을 읽고는 울지 않았다.

 베르테르가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을 읽을 때도 울지 않았다.

 그런데‘고려 거란 전쟁’을 보고는 운다.

 사람마다 다르다.     


 같이 일했던 실장님이 보름 전쯤 사무실에 놀려왔다.

 작년에 자격증(34회) 따서 사무실을 오픈했다고 인사차 왔다.

 

 “저는 요즈음 소장님 일 안 하는지 알았어요 어디를 찾아봐도 광고가 없어요. 광고 안 해요. 저는 폐업한 줄 알았어요”

 아~그렇다.

 언제부터인가 광고를 안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부동산업을 26살 때부터 했다.

 누나들이 다들 공인중개사라 자연스럽게 일하게 된 것 같다.

 그때는 뭘 해도 돈을 벌 때였다.(부동산)

 그래서 자격증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쯤 지나서야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피. 땀. 눈물 흘리며 내 자랑은 아니지만, 한방에 땄다.

 (24회다. 그 어렵다 했던 회차다.)


 그렇게 내 이름을 간판을 걸고는 광고란 광고는 다 했다.

 심지어 버스 좌석 광고도 많이 했다.

 광고 회사에서 부동산은 처음이라고 했다.

 버스에 앉으면 앞 좌석에 붙어있는 광고를 봤을 거다.

 거기에 부동산 광고를 했다.

 그렇게 했으니 지금 이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눈물 포인트만큼 업무 스타일도 달라진 거다.

 

 나는 며칠 뒤 봉투 하나를 준비해서 갔다.

 이것저것 다 받아봤는데 봉투가 최고다.

 

 “안녕... 하...”

 인사를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앗 소장님 어찌 잘 찾아오셨네요. 잠시만 거기 앉아 계세요”

 표정이 영~~ 안 좋다.

 나는 신경 안 쓰고 사무실을 쭈욱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정 실장님이 나를 힐끗힐끗 본다.

 아~이제 정 소장님이시지.(몇 년을 실장님이라 불려서)

 

 계약서를 적는 거 같았다.(멋지다. 벌써 계약을) 

 “아니 내가 왜 주냐고”

 분명 모습은 할머니인데 목소리는 짜랑짜랑하다.

 “임대를 낸 놈이(전 임차인) 준다 했다면서 이제 안 준다는 게 말이냐?”


 정 소장님이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다.

 “그... 럼  누.. 구한테 받아요. 이렇게 제가 열심히 발품을 팔아가면서 거래 성사 시켰는데”

 “아니 편의점 사장(전 임차인)한테 받아야지”

 “아니 할머니가 건물 주인이잖아요”


 정 소장님이랑 눈이 마주쳤다.

 '뭐지?'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 같이 보였다.

 

 들어보니 내용은 편의점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여러 사정으로 장사를 못 할 거 같아 나가야 하는데 아직 계약 기간이 3개월이 넘게 남아서 건물 주인 할머니한테 이야기하니 직접 부동산에 좀 내놓으라고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 편의점 사장이 빨리 나가기 위해 수수료를 자기가 줄 테니 임대 좀 빨리 부탁한다고 구두로 이야기한 거다.

 그런데 계약 기간이 1달 정도 남았고 물건이고 집기도 다 뺐고 알아보니 자기가 수수료를 안 줘도 된다는 걸 알았나 보다.

 이제 계약서를 쓰려고 하니 건물주도 전 임차인도 중개 수수료를 못 주겠다는 거다.


 “안녕하세요”

 나는 은근슬쩍 정 소장 옆에 앉는다.


 “어르신 기간이 이제 얼마나 남았어요?”

 “한 달이나 남았어요”

 역시 짜랑짜랑하다.


 “한 달밖에 안 남았네요”

 한 달이나 와 한 달밖에는 듣는 사람이 느끼는 게 다르다.


 “어르신 법적으로는 어르신이 주는 게 맞습니다.”

 “뭔 법 나는 법 모른다.”


 나는 근엄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잘 들으세요. 어르신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았으니 수수료 못준다 이거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깐 그 사장(전 임차인)한테 받아야지”


 “그러면 이러면 되겠네 한 달 뒤에 계약합시다. 그때는 어르신이 줘야 합니다.”

 순간 조용하다.


 “어르신 법이 몇 달이 남아도 계약을 새로 하는 거니깐 임대인이 중개 수수료 주라고 합니다. 어차피 다시 새로 계약서 작성하고 그러면 당연히 수수료는 줘야죠. 아시겠죠?”

 이 새끼는 뭐지 하는 표정이다.


 “정 소장님 편의점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저 좀 바꿔줘요”

 나는 전화기를 받고 밖으로 나간다.


 “여보세요 xx부동산입니다. 왜 상가 임대 거래하면 수수료 사장님이 준다고 말해놓고 이제 못 준다고 합니까?”

 “그때는 내가 몰라서 그렇게 준다 했는데 알아보니 안 줘도 된다고 하더구먼”


 “사장님이 잘못 아셨나 본데 법이 사장님이 중개 수수료 준다고 했으면 사장님이 줘야 합니다. 구두계약도 계약입니다. 보증금에서 빼고 준다면 어쩔 겁니까? 저 말이 틀리면 안 받을게요. 알아보시고 빨리 전화 주세요”

 전화를 끊었다.

 협박이 아니다.

 법이 그렇다. (판례)

 전 임차인이 준다고 말했으면 줘야 하며 말이 없이 그냥 매물 접수만 했으면 임대인(건물주)이 중개 수수료 줘야 한다.


 5분이 지나서 전화가 온다.

 나는 전화기를 들고나가서 내가 받는다.

 “여보세요 네네…. 알겠습니다.”

 (수수료 드릴 테니 계약 진행하세요)


 그러나 나는 서로 좋게 하려고

 “어르신 제가 이야기 잘해서 반반씩 하기로 했습니다. 어르신 반 편의점 사장님 반! 됐지 예? 잘했지 예?”

 그제야 표정이 바뀌더니

 “뭐 어쩔 수 없지 그럽시데이”


 잘 마무리하고 자리에 앉으니 정 소장님이 나를 쳐다보는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그 마음 안다.

 나라도 답답했을 거다.


 판례

 <서울지방법원 민사 9부 1998.7.1 선고 97 다 55316 판결>

<실무상 유의할 점>
나가는 임차인이 부담하겠다고 합의했거나 동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업 공인중개사로서는 중개 보수를 임대인에게 청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


자세히 봐야 눈물이다.

꾸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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