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엊그제만도 이 자리서 참 예쁘다를 감탄 해줬는데 더 누런색을 확인하러 왔더니 모과나무의 윗 대가리가 동강동강 잘려나가 있다.가지치기를 이렇게 심하게 해놓다니 해가 숨으면 머리가 더욱 시려울건데.
겨울 되려고 할 때 가지치기한다지만 심했다.
성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침이지만 모과 잔뜩 달렸던 윗머리가 물기 없는 몽돌 같다.
여기에 소음이 잔뜩 먼지처럼 올라앉으면 겨울도, 찬바람과 눈바람도 얹힐 게다.
씁쓸하구만! 가을이 짧고 이 나무의 동강동강 설움처럼 가슴이 시려온다. 큼직한 열매 내주니 매몰차게 뻥 차이는 거냐고 반문한다.
이런 이런 쵸코엄마를 우연히 만났는데 유아원 가는 아기 머리가 자다 말고 일어난 헝클어진 체였다. 아기엄마가 유아원 놀이 체험 관람하다 넘어져서 손가락에 초록 붕대를 감았다. 부은 손은 골절이 됐다는데 살림에 곤란이 크겠다.
근데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우리 태양이를 꽤 부러워하고한 뼘 반 더 크다며 쵸코를 조금 원망 했었는데 여름 끝물 때 가두리를 당근거래 하더라고. 그러고부터 쵸코는 보이지 않았다. 태양이가 귀찮아하던 날,개월 수만 더 어렸던 이유로 힘이 좋아서 쵸코한테 밀려난 태양이가 별렀던 아이는 언제 어디로 갔나 보다. 울타리를 나중에 치운 거 보니 애는 먼저 떠나보낸 거.
안됐더라.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젊었으나 나보다 훨씬 힘이 좋은 아기엄마는 식구 하나를 쳐내고 지금 손가락이 아프다.
비유하면 안 되지만 왠지 가지치기 쎄게 당한 나무도 반려 가족 쵸코도 이름은 허울이 좋은데 깊은 상처가 있는 것 같다.그리고, 아기엄마가 아프다. 이이의 손가락은 치료받고 있다.연관 짓지 않으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떼어놈 이길래.
엄마 납골당 가는 길에 조그만 이 슈퍼 앞에서 손가락이 온전히 없는 아저씨는 앞의 아저씨보다 맨손으로 도토리 껍질을 잘 벗겨내셨다. 여기 묶여있는 강아지는 왜 이렇게 쵸코를 닮았는가. 뭣이 겁나서 꼬리를 바짝 내리고 있는 건가. 많이도 닮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