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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도윤
Nov 25.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뒤로 가는 스킨십
산책을 하면 귀로 쏙 들어오는 반가운 말들이 저절로 챙겨진다. 내 손에 쥐어주는 글밥.
오늘은 넓은 축구장이 휑하고 비어서 선 따라 뒤로 걷기 하는 분들이 있다. 노인정에 가면 막내 해야 하고 운동도 안 되고 사람 싫증이 날 수 있다며 걷기운동이라도 밖이 좋다고 하신다.
“쿵” 살짝
연세 든
아저씨 아줌니가 부딪힌다. 어깨끼리.
날
쳐다보고 멋쩍게 웃으신다.
“
괜찮습니다. 어르신들이 이 정도는 인사하셔요.
”
좋다고 하신다. 악수도 건네고 이런 스킨십도 좋다.
어깨동무 같은 가벼운 스킨십,
화를 내지 않는 웃음이 축구장 안에 크게 번진다.
두 분은 오늘 소년 소녀 기분으로 돌아서들 가신 것 같다. 내 얼굴부터 쳐다보신 게.
아마도 황순원의 소나기를 찍을라치면 이 두 분이 제격이실 것 같다. 볼이 진짜로 발그레 지시고 회춘하신 듯한 기분을 또 어디서 맛보랴.
흰 구름 몇 짐을 머리에 이고 지게에 지고 바람길 엿보는 풍경처럼 살아내셨을 두 분의 볼은 뜨겁다. 자연 노을처럼 급 빨개지는 게 노을에 앵두가 달렸음이라.
내 사무실보다 위층은 고전무용학원 이어서 밖으로 새 나오는 장구 소리랑 각 지방의 전통 아리랑 연주 소리가 흥을 돋워준다.
본인의 이름이 좋은지 물어보기도 하시는 무용가들은 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점심시간쯤엔 진한 화장과 한복을 입고 식당으로 옮김하는지 신난 표정들이다.
나이가 뭔 대수랴.
각 개인의 취향에 맞게 활동하고 멋도 부리고(부지런해야 멋 부릴 수 있다.) 끼도 만끽하고 움직임이 건강하면 된다.
이분들 얼굴이 밝듯이 나도 글 지음과 산책으로 환하다. 손에서 큰일을 놓고 보니 참 좋은 시간이 내게 나더라. 이렇게 기다림의 회답을 주려고 난 애써 내 삶에 열중하고 살았다. 잘 참아내면서.
기다리니 답이 와서
원했던
글을 자꾸만 쓰고 있으니 얼마나 편한 말년인가. 원해서 가는 길
글을 쓰니 소녀처럼 마음이 앳돼진다. 사색도 실컷 즐기고 엉덩이 걸친
의자를
들치락
댄
다.
나의 싱숭생숭 마음이
글로
사색
되고 오늘 간간한 스킨십을 하게 된 두 분의 어깨 부딪힘도 소년 소녀가 되어 감성이 설레었을 것 같다.
살아있는 감정이 젊음을 주는 것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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