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볕 드는 쪽에 머무른 향기
오늘은 아침 산책이 8시로 늦었다. 새벽 2시 반에 깨우길 두 달 그리고 이제 4시로 변경됐다.
태양이가 슬개골 수술 후의 상황을 기록해 두는데 이런 일을 옮겨본다.
아침이 이른 시간엔 힐스테이트 쪽은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하신 아주머니들이 래미안 쪽은 역시 같은 병증으로 인해 다리를 저는 아저씨들을 댓 명씩 본다.
태양이가 다리 아픈 사람만 보면 졸졸 쫓아가서 무안했는데 오늘은 신발을 질질 끌고 팔 한쪽이 흔들대는 아저씨와 인사를 나눴다.
“죄송해요. 우리 아기가 다리를 수술했는데 그 후로 다리가 심하게 아픈 사람은 이렇게 쫓아가요.”
몸이 불편하니까 신경도 예민해서 발로 걷어차일까 봐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오! 기특하네요. 이 아기 지금은 괜찮은 거예요. 나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7년이나 이런 생활을 하고 있어요. 아직도 회사는 나가고 있으나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몸이 경화되지 않기 위해서예요.
신경을 많이 쓰지 말아야 해요. 대개 더운 7월이었죠. 첫날 징조가 있었어요. 두통이 일었고 물컵이 손에서 떨어졌는데 둘째 날은 신발이 잘 안 신겨지는 거예요. 셋째 날 드디어 사무실에서 쓰러졌어요. 정신이 금방 나가지 않아서 책상 위의 핸드폰을 끌어서 119에 전화했지요.
병원 도착하고부터는 기억이 없어요.
집사람도 나도 덥고 피곤해서 고개를 숙일 때 머리가 아팠나 그랬단 말이죠. 이런 전조증상이 있으면 얼른 쓰러지기 전에 병원 가봐야 해요.”
조심해야 하고 미리 병원에 가보라는 조치를 알려주셨다. 이어서 하신 말씀
“엘베에서 사람들이 거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니까 몸이 성치 못한 나를 못 보고 툭툭 치고 다닐 때에요. 이럴 때 몹시 불편해요.”
우리 집 남편도 고혈압 약 복용을 잘 지키지 않았고 짠 음식을 찾아서 따로 간을 더하여 먹었는데 결코 추운 엄동설한에 가족들 곤히 자고 있을 4시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에서 토토를 구매하다가 쓰러졌었다. 편의점 주인이 119에 전화해서 길병원에 실려 갔는데 내가 8시나 돼서 병원 전화를 받는 바람에 수술이 더뎌져 이 아저씨와 같은 증상이 왔다.
키가 큰 남편이 6년간 팔을 접은 채 다리를 비틀고 전철역까지 나를 보려고 나왔는데 결국 또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재입원 한 달 만에 눈을 감았다. 발을 질질 끄는 익숙한 발걸음의 아저씨를 돌아보니 심근경색이었던 남편도 이런 모습이었던 게 떠올랐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이들이 얼굴이 곰보여도 쳐다보지 않아서 좋지만 진정 아픈 사람은 몰라보고 배려 없이 휙휙 치고 다니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차량 앞에서도 사물과 부딪힐 때 매우 위험하다.
아저씨는 평소에 건강을 잘 지키고 잘 먹는 사람들이 중풍이 왔을 때 회복력이 빠른 것 같다고 하셨다.
평소에 가슴 통증이나 두통을 우습게 넘기지 말고 병원 진료를 추천한다. 진료받아서 증상이 괜찮으면 좋은 것 아닌가. 다행이잖아.
태양인 다리를 아파하는 사람들을 알아본다.
측은지심을 갖는 영특한 아이 길에서도 사랑받을 만하다.
전에 횡단보도에서 2천 원을 받아오듯이 송지영 작가님이 태양이 사진만 뜨면 아주 반겨주시는 귀염둥이 재간둥이가 장난감은 무조건 다 쏟아놓으라고 한다. 안 그러면 담는 통을 벅벅 긁어댄다.
* 이 중에 최애 장난감은 개구리이고 수면양말 만해서 왔던 태양이가 이 양말을 흔들어 달라고 자주 물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