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정 사냥

(17) 볕 드는 쪽에 머무른 향기

by 블라썸도윤

한 살 위의 도연 씨가 웃기는 소릴 했다

생일이 두 번이라며 누가 밥을 사달란다


아마도 윤달이 꼈나보다

3년마다 걸리는 윤달

올해는 6월이 두 번 낀다


재치를 부리라고 했다

부러 본인 생일을 밝혔으니

초코파이 두 개를 준비했다가

6월이나 7월에 음력 6월이

그리고 8월에 또 끼게 될 때

그때마다 초코파이로

초 한 개만 꼽으라고 했다


환갑 때도 음력이 다른데

양력으로 한 번만 차려 먹으면 되는 것


엄마 뱃속에서 나왔는데

식용유 바르고

다시 들어갔다가 나온 거냐고

이런 무얼 그렇게 받아 가고 싶어서

두 번 생일 탓을 하나


태양이를 남자 손바닥만 해서

볼 때부터 이뻐했던 북한인 부부가

검정 봉지 가득 상추를 담아왔다


어제 못 만나서 오늘 다시 갖고 나왔다고

하는데 텃밭에 매일 물을 줬다며

물을 줄 때마다 태양이를 생각했다고 하니


생일을 두 번 받아먹겠다고 한

침놓는 눈이 보이지 않는 분한테

상추 냄새를 코 앞에 들이밀고 싶다


* 텃밭을 가꾸어본 이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감사했으며 사각거리는 게 얼마나 싱싱한가 감사한 마음을 이따가 전해야겠다. 오가는 정이 아니면 그건 욕심이다.


태양이는 인정을 사냥해 온다




keyword
이전 16화민주주의 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