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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며 남기다

(11) 언덕을 비비다

by 블라썸도윤

졸업의 의미를 두고 한 편 썼다가 삭제하고 또 한 편 썼다가 삭제하니 정신이 혼란스럽다. 이때 ‘보니또글밥상’ 작가의 졸업에 관한 글이 알림 했다.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던 것이라 사진도 비슷하고 작가들의 마음 표정이 많이 닮았다는 걸 느꼈다. 뒤이어 ‘고요한 동산’ 작가의 졸업작품이 떴는데 이 작품도 역시 미야글빵 1기 졸업작품 발표회의 글로 손색이 없어서 내 글에 옮겼다.


* 보니또글밥상 작가 작품 *


* 고요한동산 작가 작품 *


똑같은 호흡으로 읽어지느냐 하면 정성이 없다. 최선을 마지막까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질책하는 음성들이 들린다. 그래서 조금 손을 보태 써본다. 나는 좀 색다르게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하루 지났으면 써야 되지 않겠어. 졸업작품 발표회의 소감을 썼다가 삭제했는데 하늘에서는 구원자를 보내주셨다. 글감을 만들어준 내 고객 박경주 씨한테도 고마움을 가졌기에 목요일에는 둘이 시간이 맞춰져서 추오정의 추어탕으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졸업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요?


경주 씨가 바로 진솔하게 대답해 줬다.


“예전 우리 시대 때는 대부분의 아버지가 엄마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경제력이 없어서 엄마들이 식모살이하며 우리들을 키우셨잖아요. 그때는 많이 그랬어요. 저는 가정 형편상 중학교만 나왔어요. 졸업식 전부터 생각했지요. 얼른 취직해서 맛난 거 실컷 사 먹겠다고. 다짐다짐 다졌는데 막상 졸업하니 돈 벌어서 방세 내고 기본생활하는 대로 돈이 거의 나가게 되는 거예요. 어릴 적 평생소원이던 쌀밥을 기어코 사 먹지 못했어요. 자랄 때도 어쩌다가 엄마가 벌어온 돈으로 보리쌀 됫박으로 사다 먹었으니 굶는 날도 많았단 말이죠.


“그러면 아버지는 놀기만 하셨나요?


“아뇨. 아버지는 이발사였는데 돈 벌어서 술 사드시고 와서는 되려 밥상을 왜 안 차려 주냐고 엄마한테 행패 했어요. 그런 이유로 인해 내가 좋아하게 된 노래에요. 은은해서 좋걸랑요. 내가 더 배웠다면 가수들의 평을 하는 디제이가 됐을 겁니다. 돈은 꿈을 실현하게 해 주는 좋은 무기가 되죠.


이 이가 좋아했다는 사이먼 가펑클의 ‘졸업’이란 팝송을 틀었다. SG워너비가 사이먼 가펑클을 닮고 싶어서 앞에 약자인 SG를 붙였다고도 방송에 나와 말했잖은가.


https://youtu.be/jDPGuq46ODs?si=Z0vVrihTeu_h0twN

* 사이먼 & 가펑클의 졸업 추억송 *


1960년대에서 70년대는 외국도 경제가 부실해서 살기 힘든 시절이라고 한다. 이때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수시로 틀어줬는데 경주 씨는 가사도 모르면서 은은한 리듬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 덕에 이 노래의 가사를 지금 알게 됐다며 좋아했다.


비틀즈의 노래와 비슷한 시기여서 둘 다 히트를 쳤는데 제목은 졸업인 걸 알고 있었다며 해석을 해주셨다.


내포한 뜻은 졸업하고 돈을 벌게 됐으며 사 먹고 싶은 것과 갖고 싶었던 것을 사러 길에 나갔다. 사람들은 침묵했고 거리는 조용한 어둠이라며 환상이란 꿈이라는 걸 이때 깨닫게 됐다는 내용이다. 본인과 닮은 노래 가사라고 한다.


경주 씨가 졸업할 때는 교복에 밀가루 칠을 범벅했었단다. 가는 길 친구가 버스 같이 타고 가면서 말을 붙였다네.


“친구야, 너는 졸업을 어떻게 생각하니?


나도 네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같아. 지금은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창피한데 모두가 꿈이지 싶다. 계속 학업은 해야 해.

손님인 경주 씨가 가고 난 뒤 딸내미한테 물어봤다. 작은아이가 그런다.


“나도 그랬는데 얘들도 그랬어. 다시는 학교 안 가도 된다.” 좋다고 웃었는데 또 배우러 학교에 가는 진통이 일었다고 했다.


내가 작년에 상처 관련 글에서 한 번 언급했었는데 살짝 건져 오면 아래층 살던 아저씨의 계란 일화다. 이모 집에서 중학교에 다녔는데 이모가 사촌 형제만 밥 위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주고 본인은 주지 않아서 엄청 서글펐다고 했다. 그래서 졸업 후 첫 월급 탄 날 계란 한 판을 사다가 삶았단다. 그걸 다 먹기엔 목이 메어 한 바가지 물을 아예 떠다 놓고, 정말 30개를 몽땅 먹어 치웠다고 했다. 처음엔 배고픔으로 정신없이 먹어댔고 먹다 보니 질렸지만 한이 몰려 외서 남김없이 해치웠단다. 얼마나 배가 부른가 소피보러 가야 하는데 몸이 무거워 일어나지 못해 앉은 채로 흥건하고 질펀하게 바지를 푹 적셨다고 하셨다.


졸업에 대해 생각을 가져봤다.


미야 작가한테 글쓰기 지도를 받고 나는 해오던 대로 피드백을 염두에 두고서 글을 쉬지 않고 써댔다. 졸업! 내겐 글을 계속 써.라고 들린다.



미야 작가의 아버지 후배 되는 우기 작가가 90분 에세이에 강연 중 글을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물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대답했더니 “정답”이라고 하면서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쉽고 따뜻하게 와닿는 박완서 작품과 차갑고 냉철한 오정희 작품은 그다지 평범하지 않으나 둘 다 글 쓰는데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결론은 읽어야 한다였다.


미야 작가는 우리 수강생들한테 글짓기 무료 교실을 열어 줬으며 이번에 졸업선물을 굿즈로 정성을 들였다. 창덕궁이 훤하게 보이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흥으로 설렜다.


“감사합니다. 끝까지 마음으로 챙겨주신 두 분과 글솜씨로 성장하고 있는 브런치 미야글빵 작가님들 수고하셨고 화기애애한 웃음꽃 핌 속에서 합평은 참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미야 작가와 우기 작가, 스푼 유튜브의 주인장 이예찬 성우 그리고 목소리 좋은 눈물과 미소 작가의 음성 기부와, 호주아재 작가의 음향 협찬으로, 미야 글방 라디오 연구소 유튜브는 시작이 반이다로 개막전이다.

조금 쉬었다가 미야 글빵 연구소 2기를 모집한다고 하셨는데 서윤 작가를 추천드려본다. 서정적이며 수필이 정겹다.


* 픽션 수필 *


* 논픽션 수필 *


* 안국역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위치한 창덕궁 맞은편의 카페를 대관해서 미야글빵 1기 졸업작품 발표회를 갖다. 종이컵 안의 고구마와 밤은 꼼꼼하고 자상한 우기작가가 에어프라이어에 직접 궈온 정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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