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다. 이제 7월에 접어들며 여름이 찾아왔다. 나무들은 푸르고 더운 바람이 분다. 습해지고 있고, 비가 많이 온다. 비 오는 날이면 몸이 아프다. 편두통이 찾아오고 심리적으로는 불편하고 불쾌하다. 아니, 구체적으로는 우울해진다. 자꾸만 눈물이 나기도 하고, 무기력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이런 나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날씨에 잘 휘둘리고, 주변 상황에 자주 우울해지거나, 기분이 들뜨기도 한다. 누가 나를 휘어잡고 천국과 지옥에 빠트려 놓는 느낌이다. 도대체 나를 쥐고 있는 손아귀의 정체가 뭘까. 조울증이라는 이상한 녀석이다. 상담을 해줄 수 없는 상태라고 느낀다. 지금은 상담을 쉬고 있다. 약으로 증상을 충분히 조절하고, 편두통이 잦아들고, 날씨에 상관없이 주변상황에 상관없이 내 컨디션이 괜찮아지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날씨가 오락가락하면 아파지는 내 몸, 무기력해지는 몸, 우울해지는 내 기분, 눈물이 나는 내 감정 상태. 이런 나를 어떻게 컨트롤하고, 어떻게 평온해질 수 있지?
존중과 수용.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다. 누구의 삶이든 존중하고, 수용하는 삶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 외 또 다른 성이든, 어떤 성적 지향이든, 어떤 몸이든, 아픈 몸이든, 안 아픈 몸이 든 간에. 나이와 종교,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모두의 삶을 존중하며 수용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데 그것을 나에게는 하고 있을까?
아마... 아닌 듯하다. 나는 나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고 있다. 수용하지 않고 있다. 우울해지면 불평부터 시작한다. 왜 나는 또 우울해지는 거지? 왜 나는 또 무기력해질까, 왜 나는 또 눈물이 날까. 왜 나는 또....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괜찮다고 해주고 싶다. 그럴 순 없을까? 어떻게 하면 그게 될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금세 편두통이 찾아오는 나의 몸을 어떤 식으로 긍정할 수 있을까. 자꾸만 물음표가 생겨난다.
나를 받아들이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온전한 나를 받아들이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나를 받아들인다? 이미 나는 그 자체로 별로인 사람 같은데, 괜찮은 사람이라고 수용하기란 너무 어려운 사람인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글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러면 그만 써도 되는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 충분해. 노력하고 있어. 용기 있어, 그리고 용기 있었어. 나쁘지 않았고, 나쁘더라도 괜찮아.
잘 살아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