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이란 아픔과 상처를 품을 수 있는 감정이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가벼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무거움을 지닌 사람을 좋아한다.
겉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말보다,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한 마디를 더 믿는다.
아는 척하는 사람보다는, 묵묵하게 진중한 사람에게 끌린다.
가벼운 웃음보다, 깊이 있는 대화가 좋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정호승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찡해진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의 상처를 믿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나는 그늘이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
세상의 밝은 면만을 찾기보다는, 어두운 순간을 견디는 사람을 믿는다.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수많은 고민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아파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늘 나의 바램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나는 진중함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사람들은 때로는 가벼운 것이 더 편하다고 말한다.
나는 믿음을 주고 싶은데,
어떤 관계는 너무 쉽게 흔들린다.
나는 깊이 있는 관계를 원하는데,
상처를 주는 사람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온다.
"가까운 사람이 주는 상처는
멀리 있는 사람의 말보다 더 깊이 남는다."
아마 내가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마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상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큰 아픔으로 남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함부로 소비하지 않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면,
내가 바라는 관계들도 조금씩 나를 닮아가겠지.
정호승의 시처럼,
나는 그늘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눈물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며,
사랑의 상처를 믿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