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가을 경주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첨성대를 시작으로 곳곳의 관광지를 돌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카페에서 처음 마셔본 아인슈패너. 오래전 카페에서 비엔나커피라는 이름으로 마셨던 커피다.
그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말에 고민 없이 주문했다. 진한 커피위에 달콤한 휘핑크림이 듬뿍 올라간 커피다. 커피위에 올라간 휘핑크림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맑은 하늘의 새하얀 구름 일부를 떼어 올려놓은 것 같다. 그래서 커피위에 올라간 생크림을 휘휘 저어 커피와 섞이게 하고 싶지 않다. 몽글몽글 하얗고 예쁜게 커피에 사르륵 녹아 없어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스커피 위에 올라간 휘핑크림은 쉽게 녹아 사라지지 않지만 뜨거운 커피 위에 올라간 휘핑크림은 스푼으로 한두 번 저어주면 너무 쉽게 사라진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마셨던 아인슈패너의 달달함이 생각나면 가끔 한 번씩 만들어 마신다. 재료는 생크림만 준비하면 된다. 생크림을 볼에 넣고 설탕을 넣어주며 거품기로 힘차게 저어 휘핑크림을 만들어 준다. 이 작업을 해보면 알겠지만 쉽게 휘핑크림이 만들어 지지 않는다. 열심히 젓다보면 팔이 빠질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전동 핸드믹서를 이용했다. 역시 다양한 조리기구가 있으면 뭐든 쉽게 할 수 있다. 거품기로 했으면 오래 걸렸을 텐데 단 2~3분 만에 단단한 휘핑크림이 완성되었다. 늦은 시간 달달한 아인슈패너를 마시기 위해 커피를 내렸다. 커피향이 좋다. 금방 내린 커피위에 휘핑크림을 올리고 시나몬가루를 살짝 뿌렸다.
향이 끝내주는 커피를 내리고 예쁘게 휘핑크림도 올렸건만 남편은 잠 걱정이다.
“이거 마시고 잠 안 오면 어쩌지?”
“달달한 거 한잔 쭉 마시고 카페인이 몸에 퍼지기 전에 들어가 눕는 거야. 그럼 잠이 올 것 같은데.”
휘핑크림 듬뿍 올라간 커피를 마시던 남편이 스푼으로 휘휘 젓는다.
“왜 섞어! 휘핑크림 녹잖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살짝 커피랑 크림이랑 같이 마셔야지.”
휘핑크림의 달달함이 쓴 커피에 녹아 크림 고유의 강한 달달함이 묻히는 게 아까웠다.
그 맛을 느끼려고 이걸 마시는 건데…….
역시 달달한 게 몸에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몸이 이완되는 느낌? 얼었던 몸이 녹는 느낌? 이랄까. 가끔 강한 달달함이 땡길때가 있다. 과일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달콤함이 아닌 강한 달달함을 몸에서 필요로 할 때는 채워줘야 한다.
이렇게 강한 달달함이 필요한데 집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는 달콤한 와인도 좋다.
와인 특유의 고급스런 달콤함이 좋아 요즘 여기저기 사용하는 닉네임이 balbi가 되었다는 사실.
지금 확인하니 비상용 당 충전 와인을 채울 때가 되었다. 주말엔 마트에 가서 balbi를 두병 집어 와야겠다. 나에겐 수시로 달달함이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