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향 몇 알
식탁 위에 천혜향 하나.
남편이 힐끔, 아이들이 힐끔힐끔.
까주기 귀찮아서 모른체 했더니
저녁까지 그 자리 그대로다.
“오렌지 너 본지 얼마나 오랜지~”
천혜향을 오랜지로 착각했나보다.
저 문구는 어느 유튜브에서 보았을까?
둘째 아이가 드디어 천혜향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남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빠 안줄껀데~ 내가 다 먹을껀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천혜향 몇 알은 결국 남편 입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남편도 안다.
내가 까서 먹는 과일도 맛있지만
아이들이 입안에 넣어주는 과일은 더 맛나다.
아직은 사과, 배, 감 같은 과일은
나랑 남편의 몫이다.
언제 과도 쓰는 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을 아는데
다칠까봐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이 과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내 입에 천혜향 몇 알을 넣어주지 않게 되는건 아닐까?
아이들이 크는게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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