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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운랑 May 04. 2024

이상한 짓의 결과물

봄을 선물합니다

지역 맘카페에서 프리지아 특가세일 게시물을 봤다.

평소에는 10줄기 9000원인데

무려 30줄기에 10000원이란다.

얼른 프리지아를 집으로 배달시켰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꽃 선물은 나에게 처음 받아보았다던

엄마가 떠올랐다.

머나먼 부산으로 안개꽃과 함께 프리지아를 보내드렸다.

이쁘게 포장도 해드릴걸...

포장지 값 3000원이 아까워서 그냥 보내버렸네.


프리지아가 택배로 도착한 날

남편과 아이들이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한다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꽃보단 먹을 거를 선호하던 나도

이젠 그 이상한 짓의 결과물을

멍하니 쳐다보며

프리지아가 주는

그 화사함에 미소 짓는다.

꽃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늙는 거라고 하던데...


작은 재활용 음료수 빈 통에

프리지아 3~5줄기를 나누어 꽂아

여러 꽃병을 만들었다.

그리고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네 언니들에게

봄을 선물하고 차를 얻어 마셨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없는

오전의 상쾌한 고요함은 엄마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남들과 같이 맞벌이로

사회 속에서 능력 있는 여성으로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이런 여유는 없었을테지...

어느 길을 걸었어도 후회가 남고

좋은 점이 있다.


오늘은 프리지아를 샀다.

다음번에는 어떤 꽃을 사게 될까?

그 생각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즐거운 날이다.


ps. 엄마가 이상한 택배 상자가 와서 뜯어보지도 않고 문 밖에 놔두었단다.

아차, 보내는 사람에 내 이름 쓰는 걸 잊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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