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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가봄 Apr 15. 2024

이거 몰래카메라야?

해당 글은 연재글로 1,2편을 읽고시작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1편(2억을 벌려던 건 아니었다고)

https://brunch.co.kr/@aff11abf12a540d/7​ ​

* 2편(모든건, 기세다.)

https://brunch.co.kr/@aff11abf12a540d/8​ ​



나는 장기레이스보다 단기에 강한 편이다. 이직도 2-3년에 한 번은 꼬박꼬박 했었고 들어간 회사에서 단기간에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능했다. 아주 토끼 같은 스타일이다.


그래서 남들보다는 처음 시작이 어렵지 않은 편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뭐든팔아보자.’의 마인드로 일단 무장했다.


<소자본 창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소자본>도 없을 시절이었다. 막막함에 나의 강력한 기세가 꺾일 무렵,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해외 직구가 지금처럼 누구나 하기 쉽지 않았던 때라 상품을 구매대행으로 판매하는 사업자가 많았다. 아니 도대체 가격을 어떻게 팔길래 싸게 팔아도 마진이 남는 거지? 하고 알아봤더니 사이트 회원가입할 때 또는 일정금액 이상 구매 시 대폭 할인 쿠폰을 주고 있었다.



세일기간과 할인쿠폰까지 적용해서 옷을 사면 사이트에서 화면에 뜨는 가격이 1/3만큼 또 저렴 해졌다.



가장 무난한 로고 후드 티를 하나 골라서 카톡 방의 친한 엄마들 4명에게 물었다. 내가 이걸 살건 데 같이 공동 구매하겠냐고.

*예시 사진




이땐 맹세코 판매마진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한 번도 직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테스트도 할 겸 배송비도 아낄 겸 가볍게 물어봤다. 모두가 어머나, 세상에 저가격이면 사야 한다고 너도나도 지금 입금하겠다며 입을 모아 나를 칭찬했다(?)



그래서 일단 Gap 미국 사이트에 직접 가입을 하고 첫 가입 회원 쿠폰으로 세일가에 내 개인쿠폰까지 적용해서 벌 당 9천 원에 가까운 돈으로 후드를 4벌 주문했다.


2주간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진짜 도착할지 안 할지 내심 걱정하며 맘 졸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드디어 정품 상자에 멋지게 담겨서 도착! 동네에서 옛날 옛적 신문을 돌리듯 “호외요~ 호외!!!” 소리치며 갓 나온 신문을 돌리듯 후드를 돌렸다. 사실 별거 아닌데 무척 뿌듯했다.


“그래, 이거다.”


첫 시작점을 이걸로 해야겠다 마음먹은 나는 동네 맘카페에 접속해서 대뜸 글을 하나 썼다.

“GAP 후드 티 공동구매해요.” 가 제목이었다.


세일가와 사진을 캡처하고, 배송비는 인당 3000원이었다. 인 당 배송비가 사실상의 수수료였다. 배송비는 주문 시 한 번만 발생하기 때문에 많이 주문을 받으면 받을수록 배송비로 이익을 얻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 대신 직접 국내 배송은 해주지 않고 배송 예정일에 가까운 홈플러스에서 만나서 나누어 주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참을 수 없이 주먹구구식이었다.)  


글을 올리고 1분마다 접속해서 댓글을 확인했다. 애꿎은 새로고침을 눌러가며 조회수 숫자를 확인했다. 숫자만 올라가고 응답이 없었다.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첫 댓글이 달렸다.


<저요.>


이 두 글자가 다였지만 뛸 듯이 기뻤다. 첫 고객이다. 이후 3시간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댓글이 불어나기 시작하더니 최종적으론 15명이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요즘 국내 아동복 너무 예쁜 브랜드가 많지만 10 여전 전에는 Carters나 GAP 같은 미국 제품을 구매대행해서 사 입히는 수요가 꽤 있었다. (구매 대행이 국내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2배는 저렴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오버해서 후드 20벌 정도를 넉넉하게 샀다. 갖고 있던 쿠폰까지 적용하니

세상에! 대량 구매이다 보니 할인가가 더 더해져 세일가 3만 원 정도의 상품이 1만 원 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계산해 보니 개 당 최소 5000원~1만 원의 이익을 보는 셈이다. 나는 하루만에 15만원을 번 것 같아 짜릿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잔뜩 무거워진 장바구니를 비우고, 익스프레스배송(*2-3일 내 빠른 도착) 버튼을 누르고 잠이 들었다.


이메일로 주문확인서도 받아 두었다. 3일 정도가 지났을 까. 상품이 출발했다는 메일이 메일 함에 안 들어온다.


약간 불안해졌다. 별일 있겠냐며 한번 더 메일박스를 확인하고 잠에 들었을 때,


새벽에 왠 미국번호로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잠결에 전화를 받았더니 정말 단 한 개도 알아들을 수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에게 쉴새없이 속사포 같은 속도의 영어 랩을 해댔다. 사실 랩은 아니었겠지만 한밤 중멍한 상태로 들었더니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못 알아들었지만 느낌으로 뭔가 일이 터졌구나 알 수 있었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캔 유 스픽 슬로울리? (말 좀 천천히 해줄 수 있어?) 하고 물었다.


그제야 들리는 청천벽력 같은 말. 그녀는 주문 건을 내게 보내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 마이 갓.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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