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주소 좀..
레드오션,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있다.
레드오션은 붉은 바다라는 용어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뜻한다. 경쟁이 얼마나 심한지 참여자들이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질 정도라 '붉은 바다(red ocean)'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반대로 블루 오션은 경쟁자가 별로 없어 푸른 바다에서 평화롭게 지낸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할 때는 블루오션에 뛰어드는 편이 훨씬 낫다. 이미 포화된 레드 오션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업초기. 나에게는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이 있었다. ‘댓글’과 ‘좋아요 수’가 많아지고 빠르게 팔로워 수가 올라가는 가시적인 발전은 실제 성장이 아니었다.
사업 시작을 알리는 마케팅성 이벤트와 미끼상품 등 초저가 파티에 잠깐 등장했었던 고객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영원할 것 같았던 순간이 지나자 비로소 뼈저리게 느꼈다. 처음 사업의 초반에 뭔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진짜 성공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음을.
나는 레드오션 한가운데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레드오션에 있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매출이 피가 뚝뚝 흐르는 것처럼 아래로 뚝뚝 흐른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팔고 있었던 건 노력하면(물론 너무 귀찮지만)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상품을 파는 것이었고 특별한 경쟁력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유행은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서 어제 촬영한 옷은 내일이 되면 구식이 되는 게 패션 업계였다.
도매에서 힘들게 떼 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촬영한 옷들은 네이버에 두들기면 3초도 안 걸려서 최저가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엔 연 매출 4,800만 원이 넘지 않으면 부가세가 의무가 아니었다. (간이 사업자라고해서 초기 사업을 번창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나라에서 주는 일종의 깍두기 제도이다.)
그래서 부가세 생각 안 하고 무조건 가격부터 싸게 지르고 보는 판매자들도 있었다.
경쟁적으로 누구보다 저렴하게 고객을 모객 하려는 이 간이 판매자들은 일단 무. 조. 건 저렴하게 팔고 본다. 당장은 피를 흘리겠다는 계산이다.
똑똑 해진 소비자와 저렴하게 파는 판매자 사이에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꾸준히 잘되는 사업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드디어 공통점을 찾았다.
“오. 다른 데는 없는 자기 것을 파는구나.”
하다못해 시장 제품을 파는 판매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자기만의 특색 있는 제품이 단 1가지라도 끼여 있었다.
예를 들면 바지는 자기들이 만든 제품이다. 그 바지와 어울리는 티셔츠는 도매시장 제품이다. 같이 코디해서 촬영한다. ‘자체 제작’이라는 타이틀로 ‘블루오션’에 들어가 있는 제품이 있었다.
다 같은 바지지만 이왕이면 특별한 것을 입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공략한 아이템이다.
그 특별한 바지는 참으로 효자여서 함께 코디해둔 아이템들도 함께 장바구니에 담게했다. 매출을 멱살잡고 끌고 가는 아이템인 것 이다.
나에게도 특별하고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아이템을 못 고르고 있었다. 뭐가 “특별한”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몰랐다.
창의적이지도 않은 내가 과연 특별한 제품을 팔 수가 있을지 심란했다.
고민만 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여름을 앞두고 있었다. 살갗에 끈적함이 극에 달했다.
이제 곧 한국의 우기인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비가 오는 날엔 아이와 외출이 너무 고되서 장마철을 싫어했다.
나갔다하면 나랑 아이 둘 중에 한 명은 홀딱젖어 집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손에 힘이 없던 아이는 작은 우산 하나조차 제대로 지지하지 못했다.
우아하게 한 명 씩 각 1인 우산을 쓰는 건 무리였다. 게다가 물 웅덩이만 보면 눈이 돌아 진격하는 아이를 챙기느라 나 또한 비를 쫄딱 맞기 일쑤였다.
당장 엄마로서 아이 우비를 준비해야 했다. 인터넷에 <유아용 우비>를 검색하고 있다가 불현듯 엄청난 아이디어가 하나 스치고 지나갔다.
그 아이디어는 나에게 블루오션으로 방향을 트는 거대한 방향키 처럼 느껴졌다.
“이리와. 블루오션은 이쪽이야.”
- 9화에서 계속 됩니다.
- 매주 (월)요일에 연재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