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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30. 음악을 사무치게 애정하다

-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by 김정수

B30. 음악을 사무치게 애정하다 /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북하우스

클래식 음악에 대한 헤르만 헤세의 애정과 안목, 그리고 조예는 이미 널리 정평이 나 있습니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그러하듯이요.

이 계열로는 그의 장편소설 《황야의 이리》가 독보적입니다. 이 소설의 한 챕터가 이 책에 통째로 들어 있을 정도니까요.

그 가운데 한 대목이, 아주 오래전에 《황야의 이리》를 처음 읽었을 때처럼, 여전히 저를 사로잡습니다.

이토록 완전하고 무결하게 조형된 작품은 〈돈 조반니〉 이후 인간 손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는 수많은 음악가 가운데 모차르트를 가장 높이 평가하고, 가장 깊이 사랑했나 봅니다.

물론 그래도 이 한마디를 잊지는 않습니다.

오, 그래요. 베토벤도 있지요. 그도 경이롭습니다.

다른 음악가들에 대한 논평 또한 하나같이 촌철살인입니다.

우선 쇼팽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네요.

가련하고 찬란한 쇼팽……

다음은 브람스에 대한 것입니다.

그는 구원을 추구하고 있지요.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어요.” “오케스트레이션이 심하게 육중해. 재료를 너무 낭비했어.

바그너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요.

바그너 역시 고행하는 자의 걸음으로 고달프게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가 참 좋아하는 것은 연주회에 간 헤르만 헤세의 이런 고백들입니다.

연주를 기다리는 동안 프로그램 책자를 읽으면서 감미로운 긴장을 느낀다.

바야흐로 매혹적인 순간이다.

예술의 기적이 벌어진다. 천지가 다시 한번 창조되고 있다.

또다시 우리는 그를 듣는다. 그 존재와 영혼 속에 우리가 스며 있나니.

이 모두가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 그의 애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대목들입니다.

이 애정, 이 사랑이 참 귀합니다.

음악을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한 사람, 한 위대한 작가의 그 음악을 향한 곱고 섬세하고 정성 어린 마음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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