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in 클래식: 큐피드가 쏘아 올린 클래식 음악작품 감상》
B53. 음악이여, 너는 사랑이어라 / 《로맨스 in 클래식: 큐피드가 쏘아 올린 클래식 음악작품 감상》 - 유신애 지음, 예솔
요즘은 다양한 소통방식이 생겨나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지만,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면 얼마간의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적어도 음악에 관한 한 소통이 되는 상대가 드물었고, 설사 그런 상대가 있더라도 서로 관계를 맺기가 어려웠으니까요.
말하자면 고립감이라고 하면 될까요. 예, 그런 게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20세기 이후 세상이 장르가 다양한 대중음악의 시대로 접어든 탓이 우선은 클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과 견주어 아무래도 즐기기에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덩달아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관련 책들도 조금 과장하면 철학서나 사회과학서만큼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음악부터가 어려운데, 그걸 다룬 책이 쉬울 턱이 없는 이치였다고 하면 될까요.
따라서 진심으로 클래식 음악을 애정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섣불리 손을 대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베토벤 빼고 클래식》과 함께 《로맨스 in 클래식: 큐피드가 쏘아 올린 클래식 음악작품 감상》 같은 책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른 무엇도 아닌 ‘로맨스’라는, 누구한테나 친근하고도 매력적인 필터로 클래식 음악을 들여다봅니다.
이를 저자는 세자르 프랑크 편에서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줍니다.
‘저희는 작곡가의 능력이 사랑과 닿는 지점에서 음악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있어요.’
모두 31명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이 지은 31개의 작품 안팎에 얽힌 사랑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때로는 가슴이 아프고,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고, 때로는 놀랍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참 아름답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곧 다양한 사랑의 결들을 다양한 작곡가의 다양한 음악이 지닌 다양한 음색과 선율로 확인하는 즐거운 과정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제법 안다고 자부하는 저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확인하는 즐거움은 기본값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해서 한 가지만 예를 들면, 잊지 못할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는 드보르자크의 저 유명한 〈첼로 협주곡 나단조〉가 실은 제1번이 아니라 제2번이라는 사실을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앞서 작곡한 첼로 협주곡이 한 곡 더 있었던 것이지요.
이렇듯 읽는 이를 놀래주는 새로운 정보들로 이 책은 가득 차 있습니다.
저자의 지식과 안목, 나아가 저자가 자료조사를 얼마나 꼼꼼히 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그것도 로맨스와 얽힌 정보들이어서 더더욱 흥미롭습니다.
그 기라성 같은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이 사랑으로 얼마나 눈부신 영감의 세례를 입었는지,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었는지, 나아가 그로 말미암아 얼마나 행복하였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해 가면서 우리는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인간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때로는 우리보다 훨씬 더 깊고 날카롭게 느끼면서 살았다는 사실에서 인간적인 동질감 또는 연대감, 나아가 존경심까지도 느낍니다.
이 느낌들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전작에서처럼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QR코드로 쉽게 해당 작품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특장 들은 여전하여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