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 작가의 말 ]
그래도 장편이니, ‘작가의 말’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소설 또는 소설 쓰기와 관련하여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정세랑 작가가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창비)의 〈작가의 말〉에서 했던 다음과 같은 말입니다.
‘무엇보다 내겐 소설가가 소설이라고 여기고 썼으면 다 소설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여기에 추가할 또 한마디를 얻었습니다.
‘어느 순간 내 마음 가는 대로 쓰다 보면 소설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올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인 예소연 작가가 《2025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다산책방)의 〈문학적 자서전〉에서 한 말입니다.
예소연 작가는 여기에 이런 한마디를 덧붙여놓았습니다.
‘저는 그 순간을 몹시 사랑하고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소설을 쓰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말들이 저한테는 참 귀한데,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알았더라면 좀 더 용기 있게, 또 좀 더 즐겁게 소설을 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다림》은 제가 한참 여러 해 전,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쓴 장편소설입니다. 지난 1990년대에 모 문예지의 신인상 공모를 통하여 중편소설로 등단하고 나서 쓴 두 번째 장편이지요. 워낙 몸이 안 좋아 거의 대부분을 병상에 누운 채로 썼고, 모 월간지에 만 2년 9개월 동안 다달이 연재했습니다. 쓰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턱없이 힘에 부치는데도 죽을힘을 다해 쓴 작품입니다.
그 뒤로 건강이 더욱 나빠져서 결국 몇 해 동안 소설을 전혀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감사하게도 큰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겨우 건강을 조금 회복하여 다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조금 생겼습니다. 고심 끝에 그때 힘든 상황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연재만 하고, 퇴고할 여유나 여력조차 없어 책으로 엮어내지는 못했던 이 장편을 다시 손질하는 것으로 감각을 얼마간이라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이곳 브런치스토리의 지면을 빌려 연재한 것입니다.
그 당시 저는 응급실, 중환자실, 일반병실을 전전하며 입퇴원을 반복하던 신세로, 워낙 몸이 안 좋은 상태였던 터라 충분한 공력을 들여서 쓰지는 못한 탓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작품입니다. 이 소설에는 제가 건강이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전에 썼던 다른 작품들보다는 자전적인 내용을 적잖이 포함하고 있는데, 이번에 전체적으로 손질을 하면서 다시금 꼼꼼히 읽어보니, 적어도 그 점에서만큼은 나름대로 제 감정에 충실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나마 다행스러웠습니다.
제 몸 상태도 워낙 안 좋았고,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예감도 있었으니, 소설을 쓰기에는 여러 가지로 적절하다고는 할 수 없는 지적, 정서적 상태였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물론 소설 쓰기에 적절한 심신의 상황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어쨌든 한 글자,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장을 써내는 것이 그 전과는 너무도 다르게 힘겨운, 그러니까 매우 온전하지 않은 몸과 마음의 상태였다는 고백은 해야겠습니다.
브런치 작가 여러분이나 독자 여러분이 읽으시기에 수월하지는 않았으리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다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여전히 앞날을 선뜻 장담할 수는 없는 처지지만, 새롭게 쓰는 다른 소설 작품으로 한 번이라도 더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정성껏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