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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inema Aphorism_53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53

by 김정수

CA261. 나루세 미키오, 〈번개〉(1952)

서민들의 고민, 그리고 그 내용의 번쇄함이 유려하게 드러나지만, 아무리 도두보아주어도 이 영화의 정조는 ‘행복’에 가깝다. ‘피식민’의 경험이 없는 패전국의 전후 풍경에서 정당한 승부에서 진 자의 떳떳함마저 느껴진다고 하면, 지나친 편견일까.


CA262. 조나단 테플리츠키, 〈베터 댄 섹스〉(2000)

육체의 욕망 앞에서 심리적인 고통의 과정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 육체가 심리의 움직임을 유발하고, 마침내 ‘리드’ 한다.


CA263. 프레드 니블로, 〈벤허〉(1925)

멧살라는 벤허와 친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벤허를 식민지인으로 하대한다. 곧, 그 둘은 친구 사이가 아니었다. 이것이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1959)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신앙보다는 복수를 전면에 내세운 솔직함이 돋보이는 영화.


CA264. 이민용, 〈보리울의 여름〉(2003)

왜 인간은 남녀노유와 종교를 막론하고 승리에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결국 영화가 해피엔딩인 것은 보리울 축구팀이 어처구니없게 도내 4강의 실력을 지닌 읍내 축구팀을 시합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모든 것이 다 괜찮다고 하는 태도. 종교적인 화해가 종교가 아닌 다른 동기로 말미암아 이루어진다는 설정은 어딘지 초라하다. 종교적인 사유를 펼치기에 한국은 대체로 지나치게 우매하거나 나이브한 공간적 배경이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CA265. 더그 라이먼, 〈본 아이덴티티〉(2002)

인간사가 기본적으로 기억의 지속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파이조차도 기억의 지속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며,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심지어 하루아침에 제거의 대상이 되고 만다. 결국 모든 것은 기억의 문제라는 것이 기본값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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