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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Jul 01. 2024

19. 기후 변화가 재난이 되어버린 시대

  - 팀 플래너리, 《기후창조자》

19. 기후 변화가 재난이 되어버린 시대 / 《기후창조자》 - 팀 플래너리 지음, 이한중 옮김, 황금나침반

이상, 이변, 재난

   이상기후 또는 기상이변의 시대입니다. 아니, 이제는 이 용어도 구식이 된 느낌입니다. 실제로 이제는 ‘재난’이라는 말을 붙여서 ‘기후재난’ 또는 ‘기상재난’이라는 말을 쓰는 추세니까요.

   ‘이상’이나 ‘이변’의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이제는 확실한 ‘재난’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정착되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이들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세대에 속하는 분들조차 일찍이 이런 해괴한 기후를 겪어본 적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고백하기 시작한 지도 이미 한참 되었지요.

   사상 유례가 없는 폭설이나 홍수, 극지방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 그에 따라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북극곰, 지구 도처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대규모 산불, 수은주가 섭씨 50도를 넘어 60도를 넘나드는 폭염, 그로 말미암은 사망자의 폭증, 엘니뇨·라니냐·쓰나미 따위는 어느덧 고리타분한 용어 취급을 받는 실정…….

   벌써 21세기의 첫 20년이 훌쩍 지나가 버린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지구는 분명히 온전한 상태가 아닙니다. 10년 전만 해도 ‘아닙니다’가 아니라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까닭일까요?     


의문에 대한 답, 그리고 해법

   《기후창조자》는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한 과학적인 답을 찾아보고, 그것이 인류의 장래와 관련하여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환기하며, 나아가 그 해법까지 제시하려 노력한 책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서 지구촌이라는 개념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내용이지요.

   기후창조자(The Weather Makers)―.

   참 역설적이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제목 아닙니까.

   덧붙여, 부제는 이에 대한 쉽고도 명확한 설명입니다.

   ‘인류가 기후를 만들고, 기후가 지구의 미래를 바꾼다.’

   그러니, 기후창조자란 곧 우리 인간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며, 이는 오늘날 세상이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재난의 책임이 바로 우리 인간 자신한테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바로 그 책임을 조목조목 추궁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책 첫머리에서 바로 이와 관련한 자기 개인의 경험을 털어놓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생태계가 변하다, 기후가 변하다

   저자는 20대 중반이던 1981년,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 섬의 앨버트 에드워드 산을 등반합니다. 1930년대 초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원정대가 다녀간 것이 그곳에서 이루어진 마지막 생물학 연구일 정도로 여간해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높고 험한 산입니다.

   그곳의 한 내리막길에서 저자는 초지를 벗어나 이끼 낀 숲을 걷다가 문득 그 바닥에 쌓인 낙엽들 사이에서 죽은 나무고사리 줄기를 발견하고 깜짝 놀랍니다.

   원래 초지에서 자라는 나무고사리 줄기가 초지가 아닌 곳에 있다는 것은 예전에는 그곳이 초지였지만, 어떤 까닭으로 지금은 나무고사리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생태계가 변한 것입니다.

   더욱이 그 줄기는 아직 완전히 썩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무고사리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짧으면 10년, 길어야 20년 안쪽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저자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 전에 읽었던, 저 뉴기니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기사를 떠올립니다.

   그렇습니다. 기후가 변한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후가 예전보다 더 따뜻해진 것입니다. 흔히들 ‘온난화’라고 말하는 기후 변화입니다. 이것이 기후 변화가 지구에 미친 영향 가운데 저자가 처음으로 직접 목격한 증거였습니다.     


잠복기가 끝나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

   어찌 들으면 참 이상한 이 소리가 하나도 귀에 설지 않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적어도 산업혁명 이전의 1만 년 동안 지구는 그 장래와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킬 만큼 따뜻해진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과학기술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0세기 이후의 현상입니다.

   여기서 따뜻해졌다는 것은 지난 1만 년 동안 변함이 없었던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그 이상적인 기준인 14도를 마침내 넘어섰다는 뜻입니다.

   사람이라면 몸에 미열이 나기 시작한 상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나 어떤 병균에 감염되었을 때처럼 뭔가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좀 더 공감이 가는 말로 표현한다면, 아프기 시작한 것이지요. 마침내 앓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잠복기가 지났다는 뜻입니다.

   이 원인을 과학의 차원에서 설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를 지구의 ‘자동온도조절장치’에 문제가 생긴 탓이라고 표현합니다.

   1979년에 제임스 러브록이라는 수학자는 처음으로 이 장치를 가리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이름을 따서 그와 똑같이 ‘가이라’라고 불렀습니다.     


온난화의 원리

   물론 지구를 덥히는 것은 태양입니다.

   태양열 1퍼센트의 10만분의 1만 줄어들어도 지구는 갑자기 빙하기가 될 수 있다는데, 이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태양은, 아니, 태양도 영원불변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구는 지금껏 일정한 평균온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것이 가이아라는 이름의 자동온도조절장치의 역할이요 구실이요 기능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듯 지구가 오랜 세월 일정하게 유지해 오던 이상적인 평균온도를 넘어선 것을 두고 저자는 이 장치가 제구실을 못 하게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물론 과학자들은 이 온난화의 주범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임을 이미 밝혀놓았습니다. 그 이산화탄소의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지구가 이상고온현상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지구는 태양열을 받지만, 그것의 일부는 흡수하고, 일부는 방출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로서 바로 이 열을 붙잡아둠으로써 그 방출 과정을 방해하는 구실을 합니다. 그 탓에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열이 그러지 못하고 지구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러니 따뜻해질 수밖에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그렇게 따뜻해진 대기가 남북극의 얼음과 고지대의 만년설을 녹이기 시작합니다. 땅이 드러납니다. 다시 말하면, 지구를 뒤덮고 있는 흰색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태양 빛을 반사하는 구실을 하는 흰색이 줄어드니, 지구는 더욱더 많은 열을 흡수하여 더욱더 따뜻해집니다.

   이것이 가이가가 착실히 지켜온 지구의 평균기온이 마침내 높아지는 지구 온난화의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온난화의 원인

   문제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가 그저 따뜻해지는 것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한 가지만 보기를 들면, 해류의 변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바다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흐릅니다. 그래야 적도지방의 따뜻한 바다와 극지방의 찬 바다가 제때 자리바꿈을 하고 뒤섞여서 전체적으로 평균온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만 온전한 계절의 변화도 생기고, 바닷속 생태계도 정상으로 유지됩니다.

   한데, 이 해류가 변하면서 쓰나미나 태풍과 같은 재앙의 원인이 되기도 함은 물론이고, 바닷속 생태계가 바뀌는 더욱 심각한 문제도 발생합니다. 약간의 수온 변화로 멸종하는 생물이 부지기수입니다.

   물론 지진과 같은 기존의 변수도 있지만, 여기에 불청객과 같은 한 가지 원인이 덧붙은 셈입니다.

   그러니, 이산화탄소가 증가한 원인을 알아내면 거기서 해결책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입니다. 이 책은 그 원인을 조목조목 알뜰하게 찾아내어 과학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알아듣기 쉽게 지적해줍니다. 이 책의 분명한 장점입니다.     


이산화탄소 줄이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공업화라는 미명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써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용처의 하나가 바로 화력발전소입니다. 당연히 자동차와 비행기를 비롯한 각종 교통수단도 여기에 포함되지요.

   지금은 전기를 쓰지 않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는 하루도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시대입니다. 날마다 이산화탄소를 푹푹 내뿜으면서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삶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에 고스란히 해당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당연히 여기에서 해법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숫제 막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상 현실적으로 어렵고, 지구를 얼리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이산화탄소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니, 결국 줄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것이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는 지구를 다시 본래대로 식힐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입니다.     


근심의 유발, 절박한 희망

   하지만 여기까지라면, 이 책은 그저 단순한 상식 차원의 과학 서적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인간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역사가의 안목으로, 또 국제정치의 안목으로 상세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런 마땅한 노력이 어지러이 얽혀 있는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어떤 어려움에 부딪혀 있는지도 덩달아 드러납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그저 과학기술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는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개개인은 물론이거니와, 각국 정부와 산업체들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고자 적극적으로, 아니,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맹렬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산업화가 지구의 환경에 미칠 영향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도 필경은 이런 차원에서일 테지요.

   해법은 알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 앞에서 우리는 속절없이 가볍지 않은 근심에 휩싸입니다.

   어쩌면 이 근심이, 또 이 근심의 유발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핵심이 되는 목적일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손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근심이 우리의 지구를 위한, 아니, 우리 자신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미 늦은 출발인지도 모르지만요. 절박한 마음으로 희망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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