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당선 자축 디카시
〈‘오름’으로 오른 날〉
“이럴 리가 없는데…”
몇 번을 다시 봤다.
첫 공모전
내 이름이 있다.
그 옆에, 조심스레 붙어 있는 두 글자. ‘가작’.
수상 소식은 문자 한 통처럼 불쑥 찾아왔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 기쁨은 조금 더 낯설고 또렷했다.
〈오름〉은 문경의 찻사발을 보고 쓴 짧은 디카시다.
흙에서 태어나, 불을 건너, 빛 위에 오르는 사발처럼
나의 언어도 그렇게
한 번쯤은 누군가의 눈에 닿았으면 했다.
처음 써본 디카시,
처음 낸 공모전,
처음 받아본 공모전 수상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꽤 오래 울컥했다.
내 언어가 세상 어디쯤
잠시 머물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만으로도 다시 써보고 싶어졌다.
가작이라 쓰고,
기적이라 읽는 오늘이다.
이제 나는
디카시인으로 걷기 시작했다.